[사설] 폭설 붕괴 비닐하우스가 아직도 그대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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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7일 내린 폭설로 많은 피해를 입은 경기지역 농가들이 피해 상황 파악 지연 및 탄핵 사태와 맞물려 복구는 시작도 못한 채 속만 태우고 있다. 사진은 축사가 붕괴된 수원특례시 축산농가. 경기일보DB

 

18일자 경기일보 1면에 사진 3장이 실렸다. 무너진 철근 사이로 소 떼가 위태롭게 오가고 있다. 과수와 방조망이 쓰러져 흉물처럼 버려져 있다. 햇빛가림막이 바닥에 인삼을 덮쳐 황폐화됐다. 이런 지경에 이른 건 지난달 27일 폭설 때다. 본보 사진기자가 사진을 촬영한 건 17일이다. 폭설 피해 20일이 지난 현재 모습이다. 소 떼는 위험하고, 비닐은 날아갔고, 인삼은 눌려 있다. 2024년 12월 경기도의 모습이 맞나 싶을 정도다.

 

폭설 당일 긴급 회의를 열던 시장 군수들의 모습이 생생하다. 긴급 복구에 총력전을 펴라던 지시가 언론에 남아 있다. 그랬던 화성시, 수원특례시, 이천시의 현재 모습이다. 소가 정상적으로 성장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사과는 생육 기간 3~5년을 완전히 망쳤다. 땅속 인삼의 피해는 내년에 봐야 확인이 가능하다. 피해 조사나 보상 규모가 정해지지 않아 손댈 수도 없다. 하루짜리 폭설 피해가 20일짜리 영농 말살로 이어진 것이다.

 

이번 폭설에 피해가 집중된 곳은 경기도다. 전체 농작물 피해 면적이 271.93㏊다. 이 중 경기지역이 211.22㏊다. 포도 등 시설하우스 피해가 28㏊, 인삼 등 과수 시설 피해가 182㏊다. 시설 농가의 폭설 피해는 여름철 농작물 피해와 규모부터 다르다. 기본적인 농작물 피해 말고도 수천만~수억원이 투입된 시설 피해가 심각하다. 복구도 인력만으로는 불가능하고 중장비 등이 투입돼야 한다. 국가, 시·군이 나서 줘야 해결된다.

 

피해 지역에 대한 재난지역 선포 약속이 있었다. 시장과 도지사가 건의를 약속했다. 그게 20일이 흐른 18일에야 지켜졌다. 정부는 계엄·탄핵 정국 때문이라고 치자. 이에 앞서 지자체가 해야 할 재난 행정이 있다. 복구 지원, 피해 조사, 보상 집행과 예산 수립 등이다. 얼마나 되고 있는지 의문이다. 수원 상광교동의 시설 피해 농민의 탄식이 절절하다. “지난해 수해 때도 와 보기만 하고 그대로다. 애초 기대도 안 했지만 너무한다.”

 

계엄 규탄 집회에 참여하는 단체장들이 많다. 대통령 탄핵을 촉구하는 목소리를 높인다. 시의회가 시정에 집중하라는 지적도 한다. 그럼에도 계엄과 탄핵 정국으로 몰려가고 있다. 그런 곳의 폭설 피해 현장을 살폈더니 저 지경이다. 행정 절차 지연으로 남은 농축산물까지 다 망치고 있다. 시장 군수의 본분이 어디에 있는지 모르지는 않을 것이다. 그 본분 무시해도 정치권에 기웃대는 게 도움이라고 판단한 것 같다. 정말 그럴까.

 

미국 등 선진국에서 눈만 늦게 치워도 낙선감이다. 폭설 피해 늑장 복구·지원은 당연히 퇴출감이다. 우리도 유권자가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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