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꽁꽁 얼어붙은 성탄절’

허행윤 지역사회부 부장

써늘하다. 을씨년스럽다. 물가는 자고 나면 뛴다. 자영업자들이 잇따라 가게문을 닫는다. 세금도 안 걷힌다. 정부의 곳간도 텅텅 비었다. 고령층에 제일 큰 문제는 기름값 인상이다. 조금만 가동해도 몇 달 치 식료품비에 맞먹는 고지서가 나온다. 정부가 난방비 보조금을 깎아서다. 냉혹한 겨울공화국이다. 며칠 뒤면 성탄절인데 말이다.

 

시민들이 저항하기 시작했다. 노래로 맞섰다. 위정자와 집권당을 풍자하는 노랫말을 담은 캐럴이 만들어졌다. 노랫말에는 엄동설한 정부의 난방비 삭감을 비판하는 내용도 담겼다. 가사를 음미해보자. “냉기로 가득 찬 집을 상상해보라. 집에 연료가 없어 이번 성탄절은 춥겠지. 집권층이 따뜻하게 지내는 동안 이번 성탄절은 춥겠지. 주변을 둘러보면 보이는 건 외국 전쟁들과 추위에 떨고 있는 노령 연금 수급자들....”

 

영국 얘기다. 외신에 따르면 성탄절을 앞두고 영국의 키어 스타머 총리와 노동당 정부를 비판하는 패러디 캐럴이 나돌고 있다. 이 캐럴을 부른 주체는 영국의 패러디 밴드인 ‘스타머 경과 그래니 하머스’다. ‘꽁꽁 얼어붙은 성탄절’이 패러디 캐럴의 제목이다. 영국의 글램 록 밴드인 머드가 1974년 발표한 ‘외로운 성탄절’의 멜로디에 정부의 겨울 난방비 보조금 삭감 결정을 비판하는 가사를 얹었다.

 

앞서 영국 정부가 공공지출을 줄이겠다며 고령층에 지원하던 겨울철 난방비 대부분을 삭감하기로 한 걸 비판하고 있다. 영국에선 국가 연금 수급자는 소득과 관계 없이 해마다 겨울에 연료비를 지원받는다. 80세 이상은 300파운드(약 53만원), 66세 이상 80세 미만은 200파운드(약 35만원) 등이다. 정부가 이 지원비를 일부 저소득층에만 지급하기로 결정해 900만명 이상이 지원을 못 받게 됐다. 유튜브에 올라온 이 패러디 캐럴의 공식 뮤직비디오는 200만명 이상이 시청한 것으로 집계됐다.

 

성탄절의 온기가 얼어붙은 나라가 어디 영국뿐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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