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선을 만들어 주는 행위보다 중요한 건 관객과 눈을 맞추는 일입니다.”
벌룬퍼포머 ‘클라운진’(본명 박진호·51)은 오늘도 거리로 나선다. 그에게 중요한 건 소통과 교감이다.
2011년 청계천에서 ‘서울거리아티스트’로 본격적으로 시민들을 찾아 나선 그는 용인거리아티스트, 고양신한류예술단, 시민청예술가 등 각종 거리 공연 사업에 참여해 왔고 춘천마임축제 단독공연, 일본 공연예술축제 공식 초청 등 전국 각지와 해외를 가리지 않고 종횡무진 활약하고 있다.
특히 용인문화재단과의 인연은 2012년부터 12년째 지속되고 있다. 재단의 시민 밀착형 거리 공연 프로젝트 ‘아임버스커’(전신 용인거리아티스트)로 용인중앙시장, 동백 쥬네브광장, 풍덕천 토월공원 등 처인·기흥·수지 구석구석을 찾아가며 시민들과 만나온 셈이다.
그는 마법처럼 풍선에 생명을 불어넣고 관객들과 소통하며 이에 더해 마술과 마임 등 다채로운 퍼포먼스로 객석과 실시간 교류를 이어간다.
시장에서 장을 보던 어르신, 공원을 거닐던 가족과 어린이 모두 그의 공연에 눈을 떼지 못한다.
비결은 바로 그의 철학에 있다. 그의 무대가 단순 눈요깃거리가 아니라 삶의 여정을 녹여낸 촘촘한 스토리텔링이 반영된 복합 퍼포먼스라는 점이 중요하다.
클라운진은 “풍선을 꺼내 들고 빚어내면서 현장의 관객들과 함께하는 순간을 거쳐 완성된 예술품을 대하는 현장의 상호작용까지 전체가 하나의 예술”이라며 “풍선을 손에 쥔 채 형태를 잡아갈 때도 절대 풍선을 보지 말고 관객 한 명 한 명과 눈을 맞춰야 한다. 또 관객들의 미세한 움직임까지 살피면서 아니다 싶으면 빠르게 전환하는 임기응변도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즉, 간단한 강아지 모양 풍선을 만들더라도 예술가와 관객이 서로 즐기고 느끼는 게 중요하지 풍선 제작 자체가 분위기를 띄우는 용도가 되면 안 된다는 것이다.
이를 원동력 삼아 묵묵히 자신만의 길을 개척해 나가고 있는 클라운진. 그렇지만 그 역시 국내에 정착되지 않은 생소한 분야를 홀로 이끌어 가는 데 외로움을 느끼고 있다. 함께하는 동료 예술가들이 아직은 많지 않고 클라운과 광대에 대한 고착화된 인식을 바꾸는 게 쉽지 않아서다
그럼에도 그는 거리를 누비고 있다. 발로 뛰며 진심을 전달하다 보면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는 점을 알고 있어서다.
초창기만 하더라도 풍선을 못 받았다고 우는 어린이 관객들 때문에 난처했던 적이 많았지만 지금은 그의 진심을 알아주는 시민들이 늘어나고 있다. 가장 뿌듯한 순간 역시 아이들이 풍선을 선물로 받지 못했는데도 자기가 아껴 먹는 간식을 건네 주면서 감사를 표할 때다.
그의 눈은 세계를 향해서도 열려 있다. 내년에는 일본 등지에서 거리 공연과 각종 사업에 참여하는 등 행보를 확장할 계획도 내비쳤다.
클라운진은 “클라운(광대)이라는 존재가 우스꽝스럽고 익살스러운 이미지에만 머무르는 게 아니라 사람들에게 행복을 주는 예술가이자 연기자이자 퍼포머로 비치길 바란다”며 “진정한 벌룬아트와 진심 어린 예술가의 길을 알리기 위해 지금껏 그래 왔듯 오늘도 관객 한 분 한 분을 만나러 거리로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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