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하는 미래] 동물에게 배우는 삶의 지혜 ‘공생’

김나연 아태반추동물연구소 연구원·농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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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신칸센 고속열차, 비행기 엔진, 항공기 날개, 풍력 터빈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바로 물총새다.

 

물총새는 물고기를 발견하면 재빠르게 물속으로 뛰어들어 사냥한다. 이때 사냥 성공의 핵심 도구는 뾰족한 부리다. 물의 저항을 크게 줄여 공격 속도를 높여주기 때문이다. 인류는 물총새의 생체 특성을 연구해 빠르고 소음이 적은 고속열차를 만들었다. 또 이를 비행기와 풍력 터빈에도 응용했다.

 

자연에서 발견된 구조나 시스템을 모방해 기술적으로 응용하는 기술을 ‘생체모방과학’이라 한다.

 

실생활에서 자주 쓰이는 예는 다음과 같다. 모기의 입 구조를 모방한 주사침은 환자의 통증을 줄여줬고 박쥐의 초음파 위치추적시스템은 자율주행차 개발에 영감을 줌과 동시에 드론에도 응용됐다. 도마뱀붙이의 발바닥 구조를 보고 강력 접착 테이프를 만들었으며 거미줄의 강도와 유연성을 모방한 합성섬유는 방탄복, 의료 봉합사, 심지어 로봇팔에도 사용되고 있다. 북극곰 털은 속이 비어 있는데 이를 모방해 효율적인 단열재를 개발하는가 하면 사막의 흰개미 둥지가 지닌 독특한 자연 환기 시스템을 활용해 에너지 효율성을 높여 짐바브웨의 이스트게이트센터처럼 에어컨 없이도 시원하게 유지되는 친환경 빌딩이 설계됐다. 이처럼 식물과 동물에서 발견한 원리는 새로운 기술이 돼 우리 일상에 효율과 편리를 제공한다.

 

생체모방과학을 통해 실생활의 지혜를 얻었다면 인문학적 측면에서는 ‘공생(共生)’을 배울 수 있다. 공생이란 동물 또는 식물이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받으며 함께 사는 것을 말한다. 대표적 예로 개미는 포식자로부터 진딧물을 보호해주고 진딧물은 개미에게 단물을 먹게 해준다. 말미잘과 흰동가리, 소와 반추위 미생물들도 비슷한 공생 관계에 있다. 흡혈박쥐는 사냥에 실패한 동료에게 자신의 피를 나눠 주기도 하고 늑대 우두머리는 어리거나 늙고 상처 입은 동료를 보호하기 위해 애쓴다. 이러한 행위가 당장은 동물 집단에 위험 요소가 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서로의 결속력을 강하게 만들어 생존을 유리하게 한다. 즉, 남을 위하는 행동이 나에게 이익으로 돌아온다.

 

애덤 스미스는 자신의 저서 ‘국부론’을 통해 보이지 않는 손의 결과로 이타주의를 언급했으며 리처드 도킨스는 ‘이기적 유전자’에서 호혜적 이타 행동이 개인 또는 유전자에 이익을 준다고 이야기했다. 이타주의는 겉으로는 타인을 위한 행동으로 보이지만 결과적으로 개인에게도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온다.

 

1980년대 에티오피아 기근으로 수백만명이 굶주렸을 때 퀸 같은 당대 음악가들이 참여한 라이브 에이드 콘서트는 많은 돈을 모아 소중한 생명을 살렸다. 그뿐만 아니다. 우리는 오늘날 세계 각지에서 재해 복구를 위한 도움의 손길을 본다. 어려운 이웃을 배려하는 노력이 커 간다면 언젠가 내가 예기치 않은 일을 겪을 때 사회의 도움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20세기 아프리카 사막화가 심해졌을 때 케냐의 환경운동가 왕가리 마타이를 중심으로 그린벨트운동이 시작됐는데 이는 아프리카에 수천만 그루의 나무를 심는 계기가 됐다. 이후 사막화 지역이 줄어들었고 동물 서식지가 복원된 곳도 있었으며 지역주민들은 다시 농업을 통해 생계를 이어 나갔다. 동물을 보호하고 모두의 환경을 걱정한 마음이 나와 내가 속한 사회에 작지 않은 선물로 돌아온 것이다. 공생은 나를 둘러싼 다른 생명체를 생각하는 이타주의에서 비롯된다. 내가 소중한 만큼 남을 귀하게 여기는 마음, 이것이 인류가 지혜롭게 사는 길이자 자연과 동물에게 배울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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