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 전 악몽 다시는... 정원술 한국원폭피해자협회장 인터뷰 [2025 신년특집]

원폭 피해자 ‘비핵화 세상’ 연다 정원술 한국원폭피해자협회장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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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술 한국원폭피해자협회장

 

일본 원폭 피해자 단체가 지난해 노벨평화상을 수상하며 전 세계적으로 비핵화와 평화의 중요성을 알리는 초석이 됐다. 원폭 피해를 함께 겪은 한국 역시 이 흐름 속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고민이 깊어지는 시점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난해 노벨평화상 수상 자리에 함께한 1세대 원폭피해자 정원술 한국원폭피해자협회장과 전쟁과 평화, 그리고 앞으로의 방향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Q. 이번 일본 원폭 피해자 단체가 노벨평화상을 수상하며 전 세계적으로 평화와 비핵화를 알릴 수 있는 계기가 됐다. 한국을 넘어 전 세계가 평화를 이루기 위해 어떤 노력이 동반돼야 하나.

 

A. 이번 노벨평화상은 평화와 비핵화의 중요성을 전 세계에 알리는 뜻깊은 계기였다. 시상식을 지켜보며 전쟁과 평화, 공존, 화해라는 문구가 계속 머리에 맴돌았다. 전쟁은 절대로 벌어져선 안 되고, 인류는 함께 공존하며 잘못은 진심 어린 사과로 용서하는 평화로운 세상을 원한다. 특히 한국은 강제징용과 원폭 피해를 함께 겪은 피폭국으로서 핵 없는 세상을 위한 적극적인 정책과 국제적 연대의 중심에 서야 한다. 유엔과 국제사회를 통해 핵의 위험성을 널리 알리는 것이 필요하다.

 

Q. 경기일보의 집중 보도 이후 경기도뿐 아니라 전국적으로 원폭 피해자 지원이 확대됐지만, 여전히 부족한 부분이 남아 있다는 지적이 있다. 피해자들을 위해 추가적으로 어떠한 방안이 필요한가.

 

A. 우선 경기일보의 보도를 통해 경기도에서 원폭 피해자 지원 조례가 제정되고 지원금이 지급되기 시작한 것에 한없이 고마움을 느낀다. 하지만 일부 다른 지자체에서는 여전히 지원 대상에서 제외되고 있다. 모두가 다 강제 징용으로 인한 피해자들이기 소외되는 사람이 있어서는 안 된다. 또 형식적인 지원을 넘어 실질적인 정책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일본처럼 원폭 피해자 건강수첩을 도입하거나 복지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 또 정부와 지자체가 한국에 원폭 피해자들이 있음을 알리고 전 세계적으로 평화의 목소리를 내는 데 더욱 노력해야 한다.

 

Q. 한국인 1세대 원폭 피해자로서 바라는 세상, 전 세계가 가져야 할 자세는?

 

A. ‘오펜하이머’라는 영화가 기억에 남는다. “나는 이제 죽음이요, 이 세상의 파괴자가 됐다”는 대사는 핵을 발명한 오펜하이머의 죄책감이 드러나는 문구다. 여기서 알 수 있는 것은 전쟁과 폭력은 결코 정당화될 수 없으며, 진심 어린 사과와 용서를 통해 평화와 공존의 길로 나아가야 한다는 점이다. 핵보유국은 핵무기를 무력 수단으로 사용하는 대신, 인류애와 공존의 가치를 중심으로 정책을 전환해야 한다. 평화는 대화를 통해 이뤄져야 하며, 핵은 더 이상 전쟁의 도구로 활용되지 않도록 국제적 합의가 필요하다.

 

Q. 미래 세대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A. 젊은 세대들이 핵의 위험성과 평화의 가치를 깊이 이해하고, 이를 위한 국제적 교류와 논의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길 바란다. 젊은 세대들의 관심이 지속적으로 동반돼야 전 국가적으로 비핵화와 평화가 확산할 수 있다. 전쟁과 핵무기는 인류의 미래를 위협하는 가장 큰 문제다. 젊은 세대가 평화와 비핵화 운동의 중심이 돼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가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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