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행윤 지역사회부 부장
빼곡하게 들어찬 서적, 책장, 사진, 필기도구.... 지구촌 어느 국가 지도자의 신년사 방송 배경이다. 적어도 지난해까지는 그랬다.
그러나 올해는 확 달라졌다. 그것도 확연하게 변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얘기다. 2025년 신년사 방송에서다.
우선 책장과 가족사진 등이 없어졌다. 그리고 그 자리에 오성홍기로 대표되는 국기와 만리장성이 떡하니 들어섰다. 집권 이후 매번 단골로 선보였던 집무실 풍경이 확 달라진 셈이다.
시 주석은 집권 첫해인 2013년 이후 집무실에서 책장을 배경으로 짙은 색 나무 책상에 앉아 신년사를 발표해 왔다.
그런데 올해는 뒤에 걸린 국기는 그대로지만 만리장성 그림 양옆에 있던 우람한 책장은 보이지 않았다. 그 대신 이전보다 더 큰 만리장성 그림이 벽면을 가득 채웠다.
책장이 사라진 게 가장 눈에 띈다. 그는 신년사 방송 때마다 책장에 놓인 사진 20여장에 변화를 주며 그해 역점과제를 에둘러 표현해 왔다. 이 때문에 신년사 때 사진은 중국 정치를 이해하는 창구로 여겨져 왔다.
더구나 지난해는 사진 중에서도 가족사진의 비중을 늘렸다. 전통적인 가족 가치를 강조하기 위해서였다. 당시 그의 부친인 시중쉰 전 부총리, 시 주석과 부인 펑리위안 여사, 어린 딸과 함께한 가족사진이 처음 공개되기도 했다.
이 같은 변화의 배경은 무엇일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을 앞둔 심리적인 포석이라는 분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외부의 비바람’이 거세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국가 권위를 강조해 내부 단결을 꾀하려는 의도로도 읽힌다. 이미지를 강조하는 사회주의 정권이어서 더욱 그렇다.
시 주석은 올해 신년사 방송에서 강대국의 위상을 강조했다. “외부 환경의 불확실성이라는 도전과 신구(新舊) 동력 전환 압박 등 몇 가지 새로운 상황에 직면해 있지만 극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올 한 해 펼쳐질 중국의 대미정책에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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