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지사, ‘기회’ 사업 새해 주요 정책 집중 형평성 문제·재원 확보 등 개선과제 산적 정치·경제 불확실성 속… 정책 방향 주목 道 “미흡한 점 개선… 꼼꼼히 준비할 것”
정국혼란 속 민선 8기 경기도정 향방은 ①
정부가 올해 ‘1%대 저성장’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을 내놨다. 계엄·탄핵정국으로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대한민국의 축소판인 경기도의 도정 현안도 시험대에 올랐다.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올해 확장 재정을 통해 ‘기회, 책임, 통합’ 3대 분야에 집중 투자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선 8기 경기도가 반환점을 넘어 1년6개월의 시간을 남겨둔 지금, 정치·경제적 불확실성을 뚫고 도정 완성을 이끌어갈 수 있을지 기회소득을 중심으로 한 기회시리즈, 휴머노믹스의 대표 정책인 주4.5일제, 균형발전을 위한 경기북부 집중투자 등 주요 현안을 점검해 본다. 편집자주
‘12·3 내란사태’로 인한 정국 혼란과 경기 침체가 대한민국 전반에 미치면서 전국 최대 지방자치단체인 경기도의 정책 방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국회는 지난해 2025년도 정부 예산을 감액 통과시킨 데다, 계엄·탄핵 정국 이후 대통령 권한대행의 대행을 이어가면서 사실상 국정 마비 사태가 펼쳐지고 있다. 이에 따라 경기도 등 지자체들 역시 현 시국을 넘어설 때까지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이런 상황에서 민선 8기 들어 ‘변화와 기회’를 주요 가치로 내세운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정부의 조기 추가경정예산안 편성 등 ‘경제살리기’를 연일 외치는 만큼 지역경제, 민생 회복이 경기도에서도 최대 화두가 됐다.
특히 과거 국무조정실장,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으로서 김 지사가 현재 최상목 대통령 직무대행과 같이 나라의 살림을 맡았던 만큼 현시점에서 김 지사의 도정 성공 여부도 대한민국의 미래를 엿볼 수 있는 기회가 되고 있다.
앞서 김 지사는 지난 1일 새해 첫 수출 현장을 찾아 경제 문제를 언급한 바 있다. 김 지사는 “지금 대한민국 경제가 총체적인 어려움에 빠져 있다. 내수 불안에 투자가 줄고 있고 수출 증가율이 떨어지고 있는 아주 엄중한 상황에 정치적 불안정까지 겹쳤다”며 “올해는 대한민국 경제가 추락하느냐 재도약하느냐의 중요한 계기가 되는 해”라고 현 상황을 진단했다.
이 같은 경제 추락의 시점에서 민생 현장과 소외된 이웃들의 형편은 곱절로 어려워지고 있다. 다양한 분야의 일터에서 희망을 잃어가는 도민들이 늘어가는 만큼 도는 ‘더 많은, 더 고른, 더 나은 기회’를 위한 정책을 을사년 새해에도 주요 정책으로 추진한다.
하지만 민선 8기 후반기를 남겨두고 ‘경제살리기’의 기초가 될 ‘기회’ 사업들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형평성 문제, 저조한 사업 실적 등 개선할 과제들이 산적한 것으로 나타났다.
5일 경기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김동연 지사가 확장 재정을 통해 지원할 분야 중 하나인 기회예산은 ▲기회소득 ▲청년 기회 정책 ▲기후변화정책 등이 담겼다.
기회소득은 민선 8기 김동연이 추진한 대표 정책이다. 2023년 예술인과 장애인 기회소득을 시작으로 지난해 체육인, 농어민, 기후행동, 아동돌봄 등 6개 분야를 지원한다.
올해의 경우 참여 시·군이 확대된 데에 의미가 있다. 예술인은 27곳→28곳, 체육인은 14곳→26곳, 농어민은 9곳→24곳으로 늘었다.
다만 31개 시·군 모두의 참여를 끌어내는 데는 실패하면서 형평성 논란은 지속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특히 도내 주민등록을 두고 있는 24세 청년에게 최대 100만원을 지역화폐로 지급하는 청년기본소득의 경우에도 지난해 참여했던 고양특례시가 불참선언을 하면서 거주 지역에 따라 지급여부가 달라졌다. 고양시와 성남시는 지속적인 세수 부족으로 인한 예산 부담이 크다는 것을 이유로 들었다.
기후행동 기회소득의 경우 예산편성에서 150억원이 삭감돼 350억원으로 배정, 사업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해당 사업에 참여하고자 하는 도민들이 지속 증가하면서 지난해 10월에만 30억원 이상의 예산이 소모, 사업이 조기 마감됐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도는 지난해 청년들에게 기회를 주기 위한 다양한 사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사업의 실효성에 대한 논란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청년층의 안정적 금융생활을 위해 도입된 ‘경기청년기회사다리금융’의 경우 목표 대비 실제 참여자가 30%도 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목표 접수 인원 6만명 중 실제 신청자는 2만3천932명에 불과하며, 실질적으로 대출약정까지 이어진 인원은 목표 대비 1만7천698명(29%)뿐이다.
이와 함께 지난해 청년에게 해외대학 연수 경험을 제공해 교육 격차를 해소하고 다양한 진로 개척의 기회를 주는 ‘경기청년 사다리 프로그램’도 선발 과정에서 기회 공정성에 의문이 제기된 바 있다. 또 인솔자 자격 및 안전관리 미흡 등에 대해 불만이 제기되기도 했다.
도의회 예결특위 소속 명재성 부위원장(더불어민주당·고양5)은 “비상계엄과 탄핵정국으로 인해 경제적으로 혼란스러운 상황 속 올해 도정은 도민의 기회에 초점을 맞췄다”며 “도와 도의회는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도민들에게 지원 범위를 확대하고, 추경으로 예산 부족의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도 관계자는 “31개 시·군에 고른 기회를 주기 위해서 적극적으로 참여 요청을 했지만, 정부의 지원이 없는 사업이기 때문에 재원 확보가 어려운 지자체의 경우 참여가 힘든 것이 사실”이라며 “미흡했던 점을 개선해 올해는 사업을 더욱 꼼꼼히 준비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 제언 조직·인력·예산 ‘삼박자’… 기회의 경기 ‘성공 열쇠’
민선 8기 경기도가 ‘기회의 경기’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조직, 인력, 예산’을 점검해 볼 시기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권선필 목원대 행정학 교수는 “정책의 성공 여부를 판단하려면 먼저 이를 추진할 역량이 있는지, 공무원 조직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예산이 충분히 확보돼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며 “이 세 가지가 유기적으로 맞물리지 않으면 정책은 말뿐인 선언으로 그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특히 권 교수는 김동연 경기도지사의 역점 사업인 기회소득에 대한 도민 인지도가 낮은 것도 이와 같은 이유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경기연구원이 지난해 6월 도민 2천500명을 대상으로 기회소득에 대해 물어본 결과, 10명 중 8명은 ‘모른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난 바 있다.
그는 “예산 배정과 인력 배치는 단체장의 의지와 관심을 보여주는 지표로, 이를 통해 정책의 성공 가능성을 가늠할 수 있다”며 “단체장의 리더십뿐 아니라 도민과 의회, 공무원의 공감과 협력이 우선돼야 정부의 지원도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현숙 서정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기회소득이 도의 주요 사업인 만큼 예산 분담 비율(도비 5대 시·군비 5)을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오 교수는 “재정이 열악한 시·군도 참여를 해 도내 소외계층이 모두 기회소득을 받을 수 있도록 도비의 비율을 높여야 한다”며 “각 시·군 정책 담당자들과 꾸준한 소통을 통해 사업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설득하는 과정도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아울러 ‘경기청년 기회사다리금융’과 같은 성과가 저조한 사업은 제도적 허점을 찾아 보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오 교수는 “신청자가 목표 대비 20% 수준에 머문다는 것은 정책을 설계하고 실행하는 과정에서 청년들의 실질적인 요구를 반영하지 못했거나, 정책 홍보와 접근성이 떨어졌기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며 “좋은 취지로 마련된 사업인 만큼 더 많은 청년이 기회를 얻을 수 있도록 지원 가능 연령대를 늘리는 등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경기청년 사다리프로그램’과 같이 논란이 발생한 사업에 대해서는 “정책 추진에 있어 역량 있는 공무원이 배치되지 않았다는 방증”이라며 “연공서열이나 기존 관행을 깨고 적합한 인재를 배치해야 조직 내부에서도 동력을 얻어 정책을 제대로 추진해 나갈 수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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