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경열 두원공과대 보건복지행정과 교수
지난해 12월26일 통계청이 발표한 10월 인구동향 자료에 따르면 10월 출생아 수는 2만3천198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3분기에 이어 넉 달 연속 증가한 결과로 올해 합계출산율이 당초 전망치인 0.68명을 넘어 지난해 출산율 0.72명도 웃돌 가능성을 보여준다.
하지만 이 같은 증가세가 우리가 ‘데모 크라이시스(인구 감소 위기)’에서 벗어나고 있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출생아 수 증가는 코로나19 팬데믹 종료 후 혼인 건수 증가, 정부의 출산과 육아 정책의 효과, 그리고 이미 낮아질 대로 낮아진 출생아 수로 인한 기저효과가 맞물린 결과일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이러한 증가가 지속가능한 변화로 이어질지는 여전히 불확실하다.
한국의 출산율 감소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에서도 가장 빠르고 심각한 수준이다. 1960년 OECD 회원국 평균 합계출산율은 3.34명이었지만 2023년에는 1.6명으로 절반 이하로 줄었다. 같은 기간 한국은 6명에서 0.72명으로 급감하며 OECD 회원국 중 유일하게 1명 미만의 초저출산 국가로 분류됐다.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0.7명)와 비슷한 수준으로 전 세계적으로도 드문 사례다. 이는 단순한 통계적 수치의 감소가 아니라 한국 사회의 근본적인 지속가능성을 위협하는 경고 신호다.
합계출산율의 심각성은 단순한 숫자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현재의 0.7명이라는 합계출산율이 유지된다면 여성 100명이 낳는 자녀는 70명에 불과하며 그 자녀들이 다시 낳는 후세대는 25명으로 줄어든다. 한 세대를 20~30년으로 보면 불과 50년 안에 인구가 8분의 1로 줄어드는 셈이다. 이는 생산가능인구(15~64세)의 급격한 감소로 이어져 소비와 노동력이 동시에 위축되고 경제 성장이 둔화될 위험을 안고 있다. 여기에 더해 부양인구비가 상승하면서 일하는 한 사람이 노인 한 명을 부양해야 하는 상황에 이를 수도 있다. 청년세대에게는 큰 부담이다.
이 같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정부는 육아지원 3법(남녀고용평등법, 고용보험법, 근로기준법)을 개정하며 본격적인 대응에 나섰다. 이번 개정안은 부모의 육아 부담을 줄이고 양육 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정책으로 육아휴직 지원 강화와 보육비용 지원 확대, 유연근무제 활성화를 포함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부모들이 경제적 부담을 덜고 일과 가정을 병행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러한 변화는 단기적으로 부모들의 육아 선택지를 확대하고 장기적으로는 출산율 증가에 기여할 가능성을 보여준다. 실제로 스웨덴 같은 북유럽 국가는 육아휴직 중 급여의 80%를 보장하며 보육시설 접근성을 크게 개선해 출산율 안정화와 여성 경제활동 참여율 증가를 동시에 달성한 사례를 보여준다. 이는 정책적 변화가 사회 전반의 인식을 변화시키는 데 얼마나 중요한지를 시사한다. 하지만 이러한 정책이 성공적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법 개정뿐 아니라 이를 뒷받침하는 예산 확보와 기업 문화의 변화, 그리고 사회적 인식 개선이 필수적이다.
출산율 증가라는 희소식이 반짝 효과에 그치지 않으려면 한국 사회는 지금이야말로 지속가능한 전환점을 만들어야 할 때다. 안정적인 주거 지원과 일-가정 양립이 가능한 환경을 제공하는 데서 시작해 가족을 지원하는 장기적이고 포괄적인 사회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지금의 선택이 우리의 미래를 결정한다. 변화는 어렵지만 지금 시작하지 않으면 더 큰 대가를 치를 것이다. 모두가 작은 변화를 시작해야 한다. 이 작은 움직임이 있어야만 우리 아이들과 미래 세대가 지속가능한 국가를 운영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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