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세밑의 제주항공 참사는 충격이었다. 가족이나 친구 단위로 떠나는, 우리 주변 흔한 여행길이었다. 서로 한 해의 노고를 격려하며 새해를 기약했을 것이다. 그래서 더 남의 일이 아니게 가슴 아팠다. 지난 10일 남짓 1만명이 봉사에 나섰다. 신원 확인이 다 끝난 날, 유족들은 현장 공무원들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공무원들도 머리 숙여 맞절을 했다. 이런 하나 된 마음들 속에 참사 10일 만에 그들은 영면에 들어갔다.
인천 송도국제도시에 글로벌 바이오시밀러 업체 셀트리온이 있다. 2005년 처음 송도에 5만ℓ 규모의 단백질 의약품 생산공장을 지었다. 글로벌 기준 생산·품질 시스템의 완성이었다. 송도와 더불어 성장 가도를 달렸다. 세계 최초의 항체 바이오시밀러 ‘램시마’는 글로벌 시장을 석권했다. 이런 셀트리온이 제주항공 참사 때 드러나지 않게 국민애도를 실천했다고 한다. 무슨 얘긴가.
셀트리온 임원들이 제주항공 참사 희생자 조문을 다녔다고 한다. 사고 직후인 지난해 12월30일부터 최근까지 계속했다. 추위 속 먼 길이다. 179명의 빈소를 일일이 수소문해 찾아갔다. 유가족들을 만나 위로하고 직접 조의금도 전달했다. 희생자들의 빈소는 광주 11곳, 전남 17곳, 전북 3곳 등으로 흩어져 있었다. 황망 중이라 빈소나 유족들 소재를 수소문하기도 쉽지 않았다. 찾아가겠다고 하니 의아해하는 반응이 돌아오기도 했다.
이 회사 최고경영자의 뜻이 담긴 직접 조문이었다. 빈소가 차려지는 대로 임원들이 차례로 다녀왔다. 안타까운 정황을 감안해 외부에는 일절 알리지 않은 채 진행했다. “조의금 액수도 밝힐 수 없는 사정을 이해해 달라”고도 했다. 그러나 벌써 유가족 등 입소문을 통해 전해졌다. 결코 적다고 할 수 없는 액수다.
이번 조문으로 셀트리온의 다른 사회복지도 주목 받는다. 이 회사 복지재단은 일찍부터 취약계층에 긴급 의료비를 지원하고 있었다. 수술이나 치료가 급한 데도 돈이 없어 포기하는 사람들에게 300만원까지 지원한다. 지난해에는 폐렴과 화상, 급성 췌장염 등의 18명에게 입원 치료비를 지원했다.
작다면 작은 일이다. 하지만 작은 일은 아닌 것 같다. 이번에도 많은 기업이 아픔을 함께하려 기부금을 냈다. 셀트리온은 여기에 찾아가는 수고와 진심 어린 위로의 말씀을 보탰다. 헤아릴 수 없는 유가족들의 아픔에 마음으로 다가간 것이다. 우리 모두의 마음이기도 하다. 셀트리온의 조문 발걸음에 가만히 박수를 보낸다. 참사는 컸지만 이런 마음들 때문에 잘 보내 드릴 수 있었던 것 같다. 다시 한번 그분들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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