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증원으로 촉발된 의료사태가 벌써 11개월이 됐지만 아직도 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장기화된 의료사태로 인해 국민들의 피로감은 극에 달해 있으며 국제적인 명성을 얻고 있는 K-의료도 서서히 추락하고 있고, 젊은 의료진도 미래를 담보하지 못해 해외 등 의료현장을 떠나고 있다.
최근까지 정부와 의료계는 상호 평행선만 달리면서 기존 입장을 되풀이해 의정갈등만 증폭되고 있다. 의료계는 지금까지 ‘2025학년도 의대 증원 백지화’ 를 계속 주장하고 있는가 하면 정부도 이미 2025학년도 의대 정원은 입시가 시작돼 돌이킬 수 없다는 주장만 하면서 현실적인 타개책을 제시하지 못한 상태에서 상호 간 대화는 없이 답보 상태만 지속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의료계는 물론 정부의 환경이 변했으므로 이제는 대화를 통해 의료사태를 해결할 출구를 모색해야 한다. 대한의사협회가 지난 8일 실시한 회장선거에서 김택우 전국광역시도의사회장협의회장이 당선됐다. 김 회장은 강경파로 꼽히는 인물이어서 의정갈등 해소가 녹록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기는 하지만 “정부가 의료 정상화 방안을 내놓는다면 정부와 대화할 용의가 있다”며 갈등 해결 의지를 보였다.
이에 정부도 과거와는 달리 전향적인 정책을 발표했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0일 “의료계가 대화에 참여해 논의해 나간다면 정부는 2026년 의대 정원 확대 규모도 제로베이스에서 유연하게 협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이날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과 합동 브리핑을 열고 “사직 전공의가 복귀하는 경우 차질 없이 수련이 이뤄지도록 조치하겠다”고 말했다. 전공의들의 입대 시기도 늦추기로 했다.
이런 정부의 정책 변화에 대해 대화의 키를 쥐고 있는 대한의사협회와 전공의는 아직까지 공식적인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다. 그러나 대한의학회, 대한수련병원협회 등 의료 관련 6개 단체는 정부의 정책 변화에 대해 상당히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등 의료계의 변화도 감지되고 있다.
의료사태가 더 이상 장기화되면 결국 그 피해는 국민들에게 돌아가게 된다. 2026학년도 의대 정원도 오는 2월 말까지 확정해야 하며 2025년 봄학기 의대 개강은 물론 전공의 수련도 시작해야 하는 등 얼마나 많은 의료 현안이 있는가. 정부와 의료계는 지난해 출범시킨 여의정(與醫政)협의체를 조속히 재개해 의료사태 해결책을 진지하게 논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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