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행윤 지역사회부 부장
이 정도면 가히 역대급이다. 하루가 멀다 하고 폭증하는 독감 환자가 딱 그렇다. 밤마다 한 집 건너 기침 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확산세가 무서울 정도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올해 첫째 주 표본감시 의료기관을 찾은 외래환자 1천명당 인플루엔자 증상을 보인 의심환자 수는 99.8명으로 1주 전의 73.9명에서 1.4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미 지난주에도 2016년(86.2명) 이후 8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는데 그보다 환자가 더 증가한 셈이다.
2016년을 기점으로 질병관리청 호흡기감염병 표본감시체계에 참여한 기관이 100곳 미만에서 200곳 이상으로 늘었다. 이 때문에 최근 독감 유행은 현재와 같은 수준의 감시체계 구축 이후 최고 수준이라는 분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유행 속도도 빠르다. 이번 절기 유행기준(1천명당 8.6명)에 도달해 유행주의보가 발령된 게 불과 20일 전인 지난해 12월20일이었다. 그런데 그 직전인 지난해 49주 차 7.3명에서 4주 만에 13.7배 폭증한 것으로 집계됐다. 모든 연령대에서 환자 수가 증가하는 가운데 13~18세에서 1천명당 177.4명, 7~12세 161.6명 등으로 아동·청소년층이 유행을 주도하고 있다.
독감으로 입원하는 환자도 늘어 지난해 연초 795명(표본 의료기관 기준)에서 올해 1천452명으로 1.8배 수준이다.
이 같은 상황은 코로나19 대유행 기간 독감이 유행하지 않으면서 항체가 없는 사람이 지역사회에 많다는 점이 영향을 미쳤다는 게 질병관리청의 분석이다. 코로나19가 잦아들고 2022년 9월부터 22개월간 독감이 유행했는데도 그간 감염되지 않은 사람이 많다는 것이다. 지난해 10월 이후 연말까지 기온이 예년보다 높다가 최근 갑자기 떨어진 데다 인플루엔자 세부 유형 중 A(H1N1), A(H3N2)바이러스가 동시에 유행 중인 점도 환자 급증 요인으로 분석됐다.
그러잖아도 가뜩이나 앞이 보이지 않는 불확실성이 독감을 키운 게 아닌지 걱정된다. 단순한 기우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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