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읽기] 웨이팅문화

여정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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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으로 줄서기, 긴 대기시간은 고객 서비스 만족도를 낮추는 요소로 여겨졌다.

 

대기시간이 길어지면 부정적인 감정이 유발되고 고객의 인내심을 시험하게 돼 서비스 자체의 품질이 높더라도 전체적인 경험이 나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뿐만 아니라 소비자는 시간을 낭비한다고 느껴 다른 브랜드나 옵션으로 전환하는 주요 이유가 되기도 한다.

 

이러한 긴 대기시간을 뜻하는 웨이팅이 하나의 문화로 잡기 시작했다. 대기줄이 길다는 것은 서비스나 제품이 인기가 있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지고 한정된 상품이나 특별 서비스를 제공하는 경우 이러한 기다림은 소비자의 기대감을 증폭시켜 더 큰 만족감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애플 아이폰이 출시될 때 길게 늘어선 줄은 희소성과 트렌드 리더십이 강조돼 브랜드 이미지를 강화하는 데 기여해 소비자는 서비스나 제품을 더욱 소중히 여기게 되는 심리적 효과가 발생한다.

 

스타벅스 리저브 역시 한정된 메뉴와 특별한 메뉴로 소비자의 웨이팅을 자연스럽게 유도하며 고급 프리미엄 이미지를 구축하고 있다.

 

지난해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넷플릭스 요리 경연 콘텐츠인 흑백요리사의 경우 출연 셰프가 운영하는 레스토랑의 예약이 매우 힘들어지자 식당 예약 양도권을 웃돈을 얹어 판매하는 틈새시장이 생기기도 했다.

 

기다림=희소성의 등식이 작동하는 한 이는 또 다른 소비의 대상으로 전환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최근 MZ세대 사이에서 웨이팅이 흔한 현상이 된 이유는 무엇일까. 이들 세대 특징인 소비와 경험에서 독특한 가치를 추구하며 웨이팅을 단순한 기다림 이상으로 해석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한정판’과 ‘독점적’인 것에 큰 가치를 둔다. 웨이팅이 길수록, 희소성이 높을수록 그 서비스나 제품이 특별해져 더욱 갈망하게 된다.

 

웨이팅은 순서대로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는 원칙이 통하는 상황에서 나의 오랜 시간 투자를 통해 얻어낸 일종의 결과물이므로 이를 인증샷과 함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자랑할 수 있는 콘텐츠로 변환할 수 있다.

 

“나는 이런 특별한 것을 경험했다”는 훌륭한 SNS 스토리가 된다. 단순히 제품을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얻는 과정을 경험으로 인식하는 것은 줄 서서 기다리는 것도 새로운 콘텐츠가 되는 것이다.

 

끊임없이 새로운 것, 트렌디한 것을 탐구하는 세대들에게 놓칠 수 없는 즐거움이다.

 

웨이팅 열기는 다수의 소비자가 만들어내는 유행을 따라가고자 하는 편승효과의 얼굴을 하고 있다.

 

길게 늘어선 줄을 보면 왜 인기가 많은지 호기심이 발동하고 동참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기 때문이다.

 

새로운 욕망을 만들어내고 이를 통해 성취감을 느끼고자 하는 사치재의 새로운 방식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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