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한민국 대통령 비극 역사, 이게 끝은 맞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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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와 경찰이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2차 체포영장을 집행한 15일 오전 윤 대통령이 정부과천청사 내 공수처에 도착해 조사실로 향하고 있다. 공동취재단

 

윤석열 대통령이 체포됐다. 현직 대통령으로는 처음이다. 경찰이 15일 관저에 진입했다. 사다리차와 절단기까지 투입됐다. 막판 대통령 측의 자진출석 협상이 있었다. 공수처가 받아들이지 않았고 체포 형식이 됐다. 공수처 수뇌부와의 티타임은 없었다. 곧바로 내란 등에 대한 수사가 시작됐다. 구속영장 청구 등의 향후 일정이 예상된다. 윤 대통령 측은 체포부터 모든 과정을 부정했다. 지난한 사법 절차가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또 한 번의 대통령 비극사다. 최초는 11월16일이었다. 노태우 전 대통령이 구속 수감됐다. 기업체로부터 3천여억원을 받은 혐의였다. 처음 보는 전직 대통령 구속이었다. 곧바로 12·12 내란 수사로 옮겨졌다. 전두환 전 대통령 수사가 시작됐다. 검찰 출두 요청에 그가 골목 성명으로 대항했다. 몇 시간 뒤인 12월3일 새벽 고향 합천에서 체포됐다. 5·18, 12·12라는 역사적 사건이 있었다. 그때만 해도 국민에게는 특별한 경우였다.

 

하지만 참담한 대통령사가 기다리고 있었다. 진보의 상징이라 할 노무현 전 대통령이다. 퇴임한 그에 대한 검찰 수사가 진행됐다. 국가 정보기관과 언론도 가세했다. 부인 권양숙씨를 향한 의혹이 집중 유포됐다. 이른바 ‘논두렁 시계’가 있었고, ‘640만달러 뇌물 의혹’이 있었다. 노 전 대통령이 대검에 출두해 조사를 받았다. 그 뒤 칩거하던 노 전 대통령이 자살했다. 2009년 5월23일의 일이다. 이 또한 전 대통령 최초다.

 

당시 수사는 이명박 정부에서 이뤄졌다. 그 이전 대통령을 향한 수사가 머지않아 시작됐다. 다스의 실소유주 논란과 국정원 특수활동비 청와대 상납 의혹 등이었다. 이 전 대통령도 2018년 3월22일 구속됐다. 퇴임한 지 5년여 만이었다. 그와 시차를 두고 대통령 탄핵과 형사처벌이라는 역사도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2017년 3월10일 파면됐다. 국정농단 등의 의혹이었다. 국회 탄핵 소추는 있었지만 파면 확정은 처음이었다.

 

전직 대통령 구속, 전직 대통령 자살, 현직 대통령 탄핵, 현직 대통령 체포까지 왔다. 하나하나 최초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불행히도 그 방향이 갈수록 참담해져 간다. 그때마다 모두가 말했다. ‘이번이 마지막 비극이어야 한다.’ 하지만 역사는 잔인했다. 원치 않는 쪽으로 계속 진행됐다. 지난해 12월 미국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의 장례식이 있었다. 미국의 전·현직 대통령들이 모였다. 냉랭한 모습도 있었고 화기애애한 모습도 보였다.

 

미국 언론의 평가가 극명히 갈렸다. “죽은 카터가 정치 화합을 이뤄냈다”, “미국 정치 분열의 현실을 보여줬다.” 어느 쪽이 옳은지를 우리가 판단할 필요는 없다. 다만, 그런 ‘지미 카터 전 대통령 장례식’조차 부럽다는 우리 현실이 안타깝다. 적어도 거기엔 감옥 간 전 대통령은 없었고, 탄핵으로 끌려 내려온 전 대통령도 없었다. 구속과 탄핵, 체포까지 이어지는 우리 대통령사(史), 이게 끝이라는 보장조차 없는 게 우리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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