괄약근으로 이뤄진 ‘항문’은 우리 몸에 중요한 소화기관이자 배출기관이다. 그러나 연약해서 상처를 입을 경우 회복이 잘 안되며, 대변과 접촉하는 특성상 세균감염도 쉬워 관리에 더욱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기관이기도 하다. 하지만 남에게 말하기 어려운 탓에 질환의 초기 증상을 가볍게 넘겼다간 일상에 큰 불편함을 가져오는 만큼 유의해야 한다.
윤순석 고려대 안산병원 대장항문외과 교수는 “항문 내부 벽에는 원활한 배변을 위해 윤활 작용을 하는 분비물을 내보내는 항문샘이 존재한다”며 “이 샘은 움푹 파인 구조로 세균이나 이물질이 침투하기 쉬운 탓에 염증이 생겨 농양(고름)이 차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일종의 고름 주머니인 항문 농양이 터질 경우 항문샘과 통로가 생기게 되는데 이것을 ‘치루’라고 하며, 대체적으로 항문 농양이 생긴 환자의 70%가 치루를 겪게 되며 남성이 여성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다”고 밝혔다.
치루는 괄약근을 지나는 염증과 고름의 ‘샛길’이 생기는 것으로 발생할 경우 항문 주위가 반복적으로 붓고 아프며 고름이 잡힌다. 또한 주변에 볼록 튀어나온 구멍(외공)이 만져지며, 외공을 통해 고름이나 가스가 나오게 되는데 앉거나 걷는 것이 불편해 일상생활에 지장을 주기도 한다.
치루는 정도에 따라 단순 및 복잡 치루로 구분한다. 단순 치루는 치루의 길이 하나뿐이고 내괄약근 밖을 침범하지 않은 채 항문 쪽으로 얇게 주행하는 형태를 보인다. 반면 복잡 치루는 단순 치루와 달리 샛길이 외괄약근 상당 부분을 포함하거나 외괄약근 위로 올라가는 등 깊고 넓게 발생하며, 크론병이나 결핵성 장염으로 발생한 치루, 재발성 치루, 여성의 경우 치루 위치가 질 쪽으로 주행했을 경우 괄약근이 선천적으로 약한 사람에게 발생한 치루 등도 다발성 복잡 치루에 해당한다.
윤 교수는 “초기 항문농양 상태에서는 고름을 빼고 좌욕만으로도 호전을 기대할 수 있지만 치루로 발전했을 때 완치 방법은 수술 뿐”이라며 “수술은 괄약근에 있는 1차 병소를 제거하고 누관을 처리해주는 것이 기본원칙이지만 여러 개 샛길이 퍼져있는 복잡 치루의 경우 더욱 어렵고 복잡한 수술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수술은 실이나 탄성 밴드, 배액관 등으로 괄약근을 동여매, 괄약근 손상은 피하면서 절개하는 ‘치루 절개술’과 치루관을 통해 고무줄을 넣어 올가미 처럼 묶는 ‘씨톤(seton)’, 괄약근간을 지나는 치루관을 묶어 대변이 외괄약근까지 진행하지 못하도록 막아 치루를 낫게 하는 ‘괄약근간 누관 결찰술’ 등 괄약근 손상을 줄이면서 효과를 보일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이 시도되고 있으나 환자 케이스에 따라 적용 여부가 모두 다르다.
윤 교수는 “치루는 뚜렷한 예방 수단이 없어 조기 발견을 통한 치료가 가장 바람직하므로 관련 증상이 보일 때 병원을 찾는 게 좋다”며 “복잡 치루의 경우 내괄약근 안쪽 및 관통과 외괄약근 안쪽 또는 관통 그리고 외괄약근 선회, 발굽형 등 발병 형태가 다양해 정교한 계획 수립과 숙련된 기술이 요구되는 수술인 만큼 전문의와 충분한 상담 후 진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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