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브리티시 인베이전 vs 코리안 인베이전

허행윤 지역사회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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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세기에 나올까 말까 할 역사적인 사건’. 당시 지구촌 언론들의 헤드라인이었다. 1960년 결성된 영국의 4인조 록밴드인 비틀스 얘기다.

 

존 레넌, 폴 매카트니, 조지 해리슨, 링고 스타. 리듬기타, 베이스기타, 키보드, 드럼 등이 이들이 갖춘 라인업이었다. 젊은이들의 열광은 대단했다. 세계 대중음악의 틀까지 바꿔서다.

 

4년 후에는 대서양을 건너 미국에까지 상륙했다. 이후 영국을 중심으로 하는 브리티시 록의 위대한 행진인 브리티시 인베이전이 시작됐다. 1964년 2월7일. 이날은 이들이 미국의 심장인 존 F 케네디 공항에 처음 도착한 날이다. 이날 언론의 제목은 ‘버섯머리의 젊은이들이 잃어버린 식민지를 되찾다’였다.

 

이날을 기점으로 음악적이나 문화적으로 모든 게 바뀌었다. 생각이 바뀌고, 음악이 바뀌고, 사회가 바뀌었다.

 

이 밴드의 미국 진출을 위해 매니저 브라이언 엡스타인이 4만달러를 들여 마케팅 캠페인을 펼쳤다. 당시 최고 인기를 끌었던 ‘에드 설리번 쇼’ 출연계약도 맺었다. ‘I Want To Hold Your Hand’는 빌보드 차트 첫 1위 곡에 제목을 올렸다. 미국에서만 500만장이 팔렸다.

 

당시 미국인들이 비틀스에 열광하게 된 배경은 명쾌했다. 1년 전 발생했던 존 F 케네디 대통령 암살사건으로 온 나라가 침통해 있어서다. 비틀스의 공연은 미국의 흥분감과 가능성을 재점화시켰다. 10대들에게 혁명적 사회 변화에 길을 터 주는 계기도 제시했다.

 

기득권층은 반발했다. 특히 정부와 종교계의 반발이 심했다. 미국 이민귀화국은 비틀스의 미국 공연을 금지하려고 했다. 하지만 이 같은 시도는 모두 실패했고 기성세대에 대한 젊은 세대의 반발심만 더욱 키우게 됐다. 여기에 잭슨빌 게이터볼 공연 당시 관중석 인종 분리도 깨부쉈다.

 

21세기 한국의 젊은이들이 이들의 행적을 되풀이하고 있다. BTS의 미국 진출은 브리티시 인베이전에 버금가는 코리안 인베이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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