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오른 게 없다”…환율 상승 여파로 식품·외식업계 줄줄이 가격 인상

비상계엄, 트럼프 당선 후 시장 불확실성 가중...환율 상승이 원재료 상승으로
대부분 업체가 가격 인상 예정

음료, 과자, 빵 등 가공식품과 외식 메뉴 가격이 인상되고 있다. 사진은 대형마트 내 초콜릿 매대 모습. 연합뉴스
음료, 과자, 빵 등 가공식품과 외식 메뉴 가격이 인상되고 있다. 사진은 대형마트 내 초콜릿 매대 모습. 연합뉴스

 

음료, 과자, 빵 등 가공식품과 외식 메뉴 가격이 줄줄이 상승하고 있다.

 

이상 기후로 식재료 가격이 급등한 상황에서 원·달러 환율까지 오르며 수입 단가가 상승했기 때문이다.

 

9일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달 소비자물가 동향에서 가공식품과 외식 물가 지수 상승률이 각각 2.7%, 2.9%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전체 소비자물가 지수 상승률(2.2%)보다 높은 수치다.

 

이에 따라 주요 식품업체들도 제품의 가격을 인상하고 있다.

 

먼저 동아오츠카는 지난달 1일부터 ‘포카리스웨트’, ‘데미소다’ 등 주요 제품 가격을 100원 인상했다.

 

대상은 설 연휴가 시작되기 한 주 전이었던 지난달 16일 마요네즈와 후추, 드레싱 등 소스류 제품 가격을 평균 19.1% 올렸다.

 

빙그레 또한 다음달부터 ‘더위사냥’, ‘붕어싸만코’ 등 아이스크림과 커피, 음료 일부 제품 가격을 200~300원 올리겠다고 발표했다.

 

이외에 버거킹도 설 연휴 직전인 지난달 24일 대표 메뉴인 ‘와퍼’와 일부 제품 가격을 100원씩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주요 커피 전문점도 가격을 인상했다.

 

스타벅스 코리아와 할리스는 지난달 24일부터 일부 제품 가격을 200~300원 인상했다. 폴바셋은 지난달 23일부터 주요 제품 가격을 200~400원 인상하기도 했다.

 

저가 커피 브랜드인 컴포즈커피도 오는 13일부터 아이스 아메리카노와 디카페인 아이스 아메리카노 가격을 300원씩 올린다. 이날부터 두 제품은 각각 1천800원, 2천800원에 판매된다.

 

식품·외식업체들도 가격 인상에 동참하고 있다.

 

CJ푸드빌이 운영하는 패밀리 레스토랑 빕스는 지난 3일 샐러드바 가격을 성인 이용료 기준으로 1천800원 올렸다. 현재 런치는 3만9천700원, 디너는 4만9천700원이다.

 

SPC 파리바게뜨는 내일부터 빵 96종과 케이크 25종의 가격을 평균 5.9% 인상한다고 밝혔다.

 

롯데웰푸드는 오는 17일부터 초코 빼빼로 가격을 200원 올리는 등 26종 제품의 가격을 평균 9.5% 인상한다.

 

식품·외식업체들은 재룟값이 인상되며 제반 비용이 상승해 가격 인상을 피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실제 일부 식재료 가격 상승세는 가파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는 아라비카 커피가 지난 6일 t(톤)당 8천905달러(약 1천288만원)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로 인해 아라비카 커피 가격도 일주일 만에 8%, 한 달 만에 27%로 가파르게 올랐다.

 

초콜릿 재료인 코코아 가격 또한 지난해 12월18일 t당 1만2천565달러(약 1천819만원)로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후 1만달러 아래로 떨어지지 않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원·달러 환율 또한 최근 비상계엄 사태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당선 후 시장의 불확실성 가중으로 1천450원 안팎을 오르내렸다. 국내 식품기업의 대부분이 식재료를 수입하기에, 환율 상승은 식품기업들에 원가 압박을 더했다.

 

식품·외식업계는 지금과 같은 재룟값 상승과 고환율 상황이 당분간 지속하면서 가격 인상 움직임이 본격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자재 가격과 환율이 올랐고 유가도 급등했다”며 “식품업계의 가격 인상은 이제 시작이고, 아마 거의 모든 업체가 가격을 올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 다른 식품업계 관계자는 “업체들은 올해 사업 계획에서 원·달러 환율을 1천300원대 후반에서 1천400원대 초반으로 잡았을 텐데 이미 1천450원을 넘었다”고 말했다.

 

이어 “환율이 현 추세로 간다면 이익적인 부분에서 부담이 되니 제품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다”며 “식품기업은 마진(이윤)이 워낙 적다”고 말했다.

 

한 프랜차이즈업계 관계자는 “자재 가격 상승세가 금방 꺾일 것 같지 않고 환율도 불안하다”며 “본사들이 상반기까지는 가격 인상을 최대한 억제해보려고 하겠지만, 지금의 자재 가격 상승과 고환율 상황이 하반기까지 이어지면 버틸 여력이 부족해지지 않을까 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정부는 식품업계와 만나 현안을 공유하고 해결 방안을 모색하기로 했다.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오는 11일 ‘식품업계 현안 해결을 위한 간담회’를 통해 각 식품업체 관계자와 만나 현장 의견을 들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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