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행윤 지역사회부 부장
먼저 한국어로 물었다. “동북공정이 정당한가”. 그랬더니 “주변 국가와의 역사적 해석 차이로 다양한 시각이 존재한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그런데 중국어로 질문하니 정반대의 대답이 나왔다. “중국 동북지역 활성화를 위한 정당한 이니셔티브. 중국 이익에 부합하다.”
김치 원산지를 한국어로 입력했다. “한국의 문화와 역사가 깃든 대표적인 음식”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하지만 영어로 물으면 “한국과 관련이 있음”이라며 답변이 모호했다. 중국어로 질문하면 “원산지는 한국이 아닌 중국”이라며 사실과 다른 정보를 내놓는다.
단오절이 어느 나라의 명절이냐는 질문도 마찬가지였다. 한국어로 물으면 “한국의 전통 명절”이라고 응답했다. 하지만 중국어로 물으면 “중국의 전통 명절”이라며 전혀 다른 답변을 내놓는다.
국가정보원이 중국 기업이 출시한 생성형 AI(인공지능) ‘딥시크’에 중국어로 물었을 때 나온 결과라며 공개한 답변이다. 다만 국정원은 문제의 딥시크 질의응답 요약본을 제시했을 뿐 구체적인 앞뒤 맥락이 담긴 원본은 공개하지 않았다. 생성형 AI는 질의와 응답 흐름에 따라 답변이 달라진다. 국정원은 딥시크의 편향적 답변, 또 과도한 개인정보를 수집하고 중국 정부가 언제든 살펴볼 수 있다는 점을 들어 보안에 유의할 것을 당부했다.
한국을 비롯한 각국이 정보 유출 우려로 ‘딥시크 주의보’를 내리면서 이용자 수가 급감하고 있다. 전 세계 딥시크 웹사이트 방문자 수는 지난 5일 기준 2천944만명을 기록했다. 딥시크 방문자 수는 최신 AI 모델 공개 이후인 지난달 28일 4천900만명까지 치솟았다. 하지만 각국이 사용 제한에 나서자 2천383만명으로 고점 대비 반 토막이 났다. 국내에서도 마찬가지다. 지난달 28일 19만1천556명에서 지난 4일 7만4천688명으로 급감했다.
중국의 우리의 역사 왜곡이 인공지능을 통해서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남의 나라 일처럼 팔짱만 끼고 있을 수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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