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빚내 사옥 옮기는 iH... 민간기업이면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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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남동구 만수동의 인천도시공사(iH) 본사 전경. iH 제공

 

인천도시공사(iH)의 사옥 이전을 두고 말이 많다. 안 그래도 많은 경영부채에 다시 빚을 보태는 격이다. 인천시의 공공시설 재배치 계획에 따른 사옥 이전이다. iH는 오는 9월 준공하는 루원복합청사로 옮긴다. 이를 위해 막대한 금액의 공사채를 발행해야 할 처지라고 한다. 부동산 경기 침체가 길어지면서 현재 iH는 부채중점관리 대상 기관이다. 빚을 내 사옥을 옮겨 가는 게 과연 합당한지.

 

iH가 오는 9월 준공하는 제2 루원복합청사로 이전하기 위해 해당 건물을 매입한다. 이 비용 조달을 위해 iH는 820억원의 공사채를 발행할 계획이다. 청사 이전에 따른 비용도 20억원이다. 구사옥-신사옥 정산 과정도 복잡하다. 먼저 iH가 루원복합청사 토지·건물값 1천770억원을 시에 지불한다. 시는 iH에 토지가 700억원을 현물 출자한다. 이후 시 종합건설본부와 도시철도본부가 iH의 구사옥을 250억원에 매입, 입주한다.

 

iH의 지난해 부채 규모는 6조205억원으로 부채비율이 195.6%에 이른다. 각종 개발 사업을 위한 토지보상 등으로 2028년에는 부채가 6조3천억원으로 불어날 전망이다. 부채비율도 209%로 올라간다. iH는 부채비율이 200%를 초과하면 법인 출자한도가 줄어드는 불이익을 받는다. 이런 가운데 사옥 매입을 위해 공사채까지 발행해야 하느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iH의 재정 악화가 앞으로의 주요 사업 차질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인천시의회에서 iH의 사옥 이전에 대해 혈세 낭비라는 지적이 나왔다. 현재 사옥도 아무 문제 없이 멀쩡하게 잘 쓰고 있는데 굳이 빚을 내 루원청사를 사는 게 맞느냐는 것이다. 동시다발적 공공시설 이전 과정에서 수백억원의 불필요한 비용이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왔다.

 

이에 대한 iH나 시의 입장은 그저 원론적이다. 현 사옥 건물이 지어진 지 30년이 넘었다고 했다. 루원시티가 인천시의 주도 사업 지역이라 사옥을 이전하면 일대 활성화에 기여할 것이라고 했다. 인천의 더 큰 미래 발전을 위한 이전이라고도 했다. 인천시는 시 산하 공공기관의 분산 배치에 따른 비효율을 막기 위해 재배치를 추진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공기업의 맹점은 오너십이 없다는 점이다. 흔히 시민이 주인이라지만 그럴 수는 없다. 그러나 공기업의 과도한 부채만큼은 시민의 짐으로 돌아온다. 앞으로 iH의 경영이 호전돼 부채 걱정을 덜 수도 있을 것이다. iH는 현재 5개년 재무관리계획까지 세워 부채 감축에 나서고 있다. 이런 판에 빚에 빚을 얹어 사옥 이전이라니. 민간기업이라면 하지 않을 선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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