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에서 공부한 후 건강이 허락된다면 대학원에 도전해 보고 싶어요. 세상에 불가능한 건 없지 않을까요.”
79세라는 적지 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계명고등학교를 졸업, 대학 입학을 앞두고 있는 박양순씨의 작은 바람이다.
박씨는 동생들의 뒷바라지를 해야 하는 어려운 가정 형편으로 초등학교만 졸업하고 중학교를 진학하지 못한 ‘초졸’이었다.
박씨는 “결혼 후 자영업을 하다 폐업의 기로에서 이웃의 소개로 50대 중반에 한 회사 구내식당에서 조리업무를 시작했다”며 “하지만 중학교를 가지 못했다는 아쉬움에 업무 시간 외 틈틈이 천자문을 혼자 공부하며 배움에 대한 아쉬움을 달래곤 했다”고 회상했다.
학업을 병행하며 생계를 이어가는 일이 쉽지만은 않았지만 박씨는 20여년을 성실히 근무하며 조리장에까지 오르는 성과를 이뤄냈다. 그러던 중 2022년, 불의의 교통사고를 당한 박씨는 갑작스러운 퇴직을 맞이하게 됐다.
실의에 빠져 있던 박씨에게 다시 학업의 의지를 다지게 해준 건 우연히 본 한 유튜브 영상이었다.
박씨는 “20년 넘게 근무하다 퇴직해 이대로 주저앉아야 하나 고민에 빠져 있던 중 유튜브에서 영어 영상을 접했다”며 “이로 인해 영어에 관심을 갖게 됐고 ‘공부를 하고 싶다’는 마음이 불타 올라 경기도교육청에 진학 문의를 했다”고 설명했다.
그렇게 공부를 시작한 박씨는 검정고시 준비 3개월 만에 중졸 학력을 인정받았고 검정고시 등을 거친 중졸의 만학도들이 학업을 이어갈 수 있도록 2년간 6학기제를 운영하는 계명고에 2023년 입학했다.
그는 “수업이 끝난 오후 5시쯤 귀가해 배운 교과목을 복습하고 남은 시간은 영어 단어를 암기하다 보면 밤 12시를 훌쩍 넘긴 날이 많았다”며 “그 덕에 학업 우수상은 놓치지 않았다”며 웃어 보였다.
2년 동안의 노력 끝에 박씨는 지난 6일 열린 수원 장안구 계명고 졸업식에 졸업생 120명 중 한 명으로 당당하게 참석했다.
그는 “김태우 이사장을 비롯해 담임교사인 조윤숙 교감선생님에게 더욱더 감사드린다”며 “선생님들이 끊임없이 힘을 북돋아주고 응원을 아끼지 않은 덕에 좋은 결과가 있었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박씨는 “졸업식장에 함께 온 아들이 ‘대학원에서는 국문학을 전공하는 게 어떠냐’는 조언을 했다. 기회가 된다면 석사학위에 도전해 더 많은 지식을 쌓아 남은 생을 학업과 관련한 봉사 활동을 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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