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행윤 지역사회부 부장
지구가 멸망하기까지 단 89초밖에 남지 않았다는 경고가 나왔다. 핵무기 및 인공지능(AI) 위험으로 역대 최근접이라는 분석에도 무게가 실린다. 물론 상징적인 메시지이겠지만 등골이 오싹해진다.
외신에 따르면 지구촌 핵전문가들의 모임인 핵과학자회는 최근 이 같은 수치를 알려주는 ‘지구 종말 시계(Doomsday Clock)’를 발표했다. 이 시계를 보면 정확하게 초침이 자정 89초 전으로 맞춰졌다. 지난해 90초 전에서 1초 당겨졌다.
이 단체가 이 같은 수치를 발표하는 건 1947년부터다. 인류가 핵전쟁, 기후변화, 생물학적 위협, AI 등 신기술로 멸망할 위험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기 위해서다. 이 시계는 자정을 지구가 멸망하는 시점으로 설정하고 자정까지 남은 시간을 표시하는데 이번에 발표한 89초는 1947년 이래 가장 짧다.
핵과학자회는 이처럼 시간을 앞당긴 이유로 핵전쟁 위험 증대를 제시하고 있다.
실제로 러시아가 미국과 체결한 신전략 무기감축조약(New START) 이행을 중단하고, 중국은 핵무기를 빠르게 늘리고 있으며, 미국도 핵무기 확대로 기울고 있다.
AI를 무기에 접목하려는 시도와 미국을 비롯한 여러 국가에서 기후변화 대응정책 우선순위 하향 조정 등도 원인으로 꼽았다.
첫 지구 종말 시계에선 7분이 남았다고 발표했었다. 하지만 옛 소련이 핵폭탄 실험에 처음 성공한 1949년에는 3분 전으로 조정됐다.
인류가 멸망에서 가장 안전했던 시기는 미국과 옛 소련이 전략핵무기 감축에 합의한 1991년이었다. 당시 시간은 자정 17분 전이었다. 2020년 이후 100초 전으로 유지해 오다 2023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핵무기 사용 우려가 커진 점을 반영해 90초로 당겨졌다.
인류 공멸 예방을 위한 명분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우리가 발을 딛고 있는 소중한 행성인 지구를 사랑해야 하는 까닭들이 차고 넘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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