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뒷북 ‘전자칠판 게이트’ 대책... 학생들에 부끄럽지 않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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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시교육청 전경. 경기일보DB

 

디지털 바람은 교실 풍경도 바꿔 놓는다. 머지않아 흑판이나 칠판은 박물관에나 있을 것이다. 전자칠판이 이를 대신한다. 아날로그 시대 칠판의 기능을 디지털화한 스크린 칠판이다. 지난해 인천에서 ‘전자칠판 게이트’라는 신조어가 돌았다. 인천시의회 의원들이 학교 전자칠판 납품 과정에서 리베이트를 받았다는 의혹이다. 아니 땐 굴뚝의 연기가 아니었는지 급기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시의회 사무실을 수색하고 관련 시의원들 휴대전화도 압수했다. 이달 초 소환 조사까지 벌였다.

 

인천시교육청이 재발 방지를 약속하며 사과했다. 우선 각 학교 물품선정위원회 운영 기준을 강화하고 나섰다. 학교에서 필요한 물품을 구매할 때 거쳐야 하는 위원회다. 일반 물품은 추정가 1천만원 이상이면 이 위원회에 올라간다. 장애인 생산품 등은 2천만원 이상 물건 구매 시 열린다. 금액 기준에 따라 계약 방법, 계약 물품 등을 정한다. 위원회에는 학교장 외 5인 이상 10인 이내의 교직원, 외부위원 등이 참여한다.

 

그러나 그간에는 물품선정위 운영에 대한 명문화한 규정이 따로 없었다. 계약을 각 학교 자율에 맡긴다는 명분에서다. 당연히 계약의 투명성, 공정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곤 했다. 시교육청은 먼저 ‘클린센터’를 운영할 계획이다. 클린센터는 각급 학교의 물품 계약을 모니터링하고 관련 컨설팅도 제공한다. 물품 구입 계약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블라인드 테스트를 의무화한다. 그동안 일선 학교에서는 블라인드 테스트를 하지 않기도 했다. 애프터서비스 가능 여부나 브랜드 평판 등을 따져 본다는 이유에서다. 앞으로는 시연 평가에서도 블라인드 평가를 원칙으로 한다.

 

계약의 공정성을 위해 위원 자격도 강화한다. 지금까지는 계약담당자가 물품선정위에 참여, 평가를 내놓기도 했다. 앞으로는 계약담당자는 평가에 참여할 수 없게 된다. 비교 평가 기준도 강화한다. 반드시 3개 이상의 물품을 평가하도록 한다. 평가에 참여한 위원들의 점수를 합산해 가장 점수가 높은 물품을 선정하도록 했다. 운영 매뉴얼을 명문화한 만큼 물품 구입 과정에 대한 감사도 가능하게 된다.

 

전자칠판 게이트 관련 조치도 포함했다. 경찰 수사 결과 시원의들과 물품선정위 간의 유착 등이 확인될 경우 이를 막을 방안을 추가하겠다는 것이다. 그간의 물품선정위를 보니 그럴 만했구나 하는 생각도 든다. 엉터리 계약을 걸러낼 장치가 거의 없었던 셈이다. 아직 수사 중이지만, 학교 칠판까지 게이트에 오를 줄은 몰랐겠지만. 그나저나 우리 학생들이 전자칠판을 쳐다보며 무슨 생각을 할지도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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