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진 폭행 年 1천건 넘는데 피의자 처벌 관련법 적용 범위 좁아 단순 폭행 분류 ‘솜방망이’ 다반사 응급실 등서 발생… 대책 마련 시급
경기도내 의료진 폭행 사건이 끊이지 않고 있지만, 정작 피의자 처벌 규정인 ‘응급의료법’은 지나치게 좁은 적용 범위 탓에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의료진이 중상해 이상의 피해를 입거나 치료실 등 응급의료법상 처벌 조항에 들지 않는 장소에서 사건이 발생하면 처벌이 가벼운 ‘단순 폭행’으로 분류되기 때문인데, 전문가들은 응급의료법 적용 범위를 대폭 넓혀 환자와 의료진 안전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한다.
26일 경찰청에 따르면 응급실 등 의료기관 내 폭행 사건은 2020년 1천461건, 2021년 1천239건, 2022년 1천159건, 2023년 1천157건 등 매년 1천여건씩 발생하고 있다.
또 현행 응급의료법은 응급 환자 구조·이송·처치 중인 의료진에게 폭행, 협박 등을 가할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것을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일선 의료진들은 폭행 사건 대부분이 단순 폭행 범죄로 분류, 벌금 100만원 안팎의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는 탓에 사례가 비일비재하다고 입을 모은다.
현행법은 폭행을 당한 의료진이 ▲중상해를 입거나 ▲치료 시설에 있어야 하며 ▲환자 처치, 이송에 나서고 있지 않으면 적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도내 한 의사 A씨는 “응급실 폭행 피해는 대부분 경증 상해인데, 이는 응급의료법상 처벌 대상이 아닌 탓에 피해를 당해도 적절한 처벌이 이뤄지지 않는 게 현실”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 지난달 14일 수원 아주대병원 응급실에서는 긴급 이송된 환자 보호자 A씨가 의료진을 욕설과 함께 폭행했지만, 경찰은 단순 폭행 혐의를 적용해 송치했고 A씨 처벌은 벌금 100만원에 그쳤다.
당시 피해 의료진이 경찰에 응급의료법 위반 사실과 처벌 의사까지 밝혔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범행이 응급실에서 발생하긴 했지만 폭행이 환자 수술이 끝난 후, 환자 대기 공간에서의 상담 중 발생해 응급의료법 위반이 아니라고 판단했다”며 “상담 역시 의료 행의에 포함되긴 하지만, 현행법은 상담 중 폭행에 대한 처벌 규정은 담고 있지 않아 폭행 혐의를 적용했다”고 전했다.
상황이 이렇자 전문가들은 의료기관 내 발생하는 범죄에 대해서 엄격한 처벌이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형민 대한응급의학의사회장은 “응급실 신규 배치 의료진의 70%는 1년 내 폭행을 당하고 2~3년차부터는 99%가 피해를 경험할 정도로 의료진 폭행이 빈번한 실정”이라며 “의료기관 내 폭행을 차등 없이 엄중 처벌해 환자와 의료진의 안전을 지켜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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