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관 입증 책임에...경기도 불법 주·정차 강제처분 7년째 ‘0건’

‘오인·경보 오작동’ 출동 중 강제처분은 소방관이 경위 입증해야… 심리적 부담 커
현장선 우회 선택 등 골든타임 확보 주저, 출동 지연은 대규모 화재·시민 피해 직결
전문가 “면책권 부여… 법적 보호 강화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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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주차 차량으로 초동 대처가 지연돼 29명이 사망한 2017년 충북 제천 스포츠 센터 화재를 계기로 ‘불법 주·정차 차량 강제처분법’이 마련됐지만, 7년이 지난 지금까지 경기도내 단 한 건의 실사례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강제처분을 불사하고 출동했지만 오인 신고, 비화재보(화재 경보 오작동)였을 경우 소방관에게 경위 입증 책임이 주어지기 때문인데, 전문가들은 긴급 출동 과정에서 발생한 강제처분에 면책권을 확실히 부여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8일 경기도소방재난본부(이하 경기소방)에 따르면 2018년 강제처분 근거가 담긴 개정 소방기본법 시행 이후 도내 강제처분 사례는 0건이다. 전국으로 확대해도 실제 사례는 2021년 서울, 2022년 충남, 2023년 서울, 인천 각 1건 등 총 4건에 불과하다.

 

현행법은 소방관이 인명 구조, 화재 확산을 막는 데 필요하면 불법 주·정차 차량에 임의 조처를 취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경기소방도 이에 기반해 강제처분 훈련 건수를 2022년 281건에서 지난해 1천83건으로 대폭 확대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무용지물이라는 게 일선 소방관들의 공통된 전언이다. 현장 출동 결과 실제 화재 상황이 아닌 오인 신고, 또는 비화재보로 확인되면 출동 소방관이 경위 입증에 직접 나서야 하며 심하면 송사에 휘말릴 수 있기 때문이다.

 

소방청에 따르면 최근 5년(2020~2024년) 사이 접수된 오인 신고 건수는 연 평균 5만건, 비화재보는 3만7천건 수준이다.

 

문제는 오인 신고와 비화재보는 현장 출동 후 집계되는 사후 통계로 신고 당시에는 화재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는 점이다.

 

소방 관계자는 “신고가 접수되면 무조건 현장에 신속히 도착해야 하지만, 그 과정에 불법 주·정차 차량이 있으면 강제처분보다는 우회하거나 인근 소화전을 연결해 화점까지 도보 이동하고 있다”며 “강제처분 후 오인 신고 등으로 확인되면 소방관이 고초를 겪기에 심리적 부담이 크기 때문”이라고 토로했다.

 

허술한 강제처분 사후조처 방안이 화재 가능성에도 불구, 일선 소방관이 골든타임 확보를 주저하도록 부추기는 셈이다.

 

이와 관련, 채진 목원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소방 차량 출동 지연은 대규모 화재, 시민 피해로 직결되기에 과감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오인 신고나 비화재보 출동이더라도 소방관 업무 수행 중에 발생한 강제처분은 책임을 묻지 않도록 법적 보호장치가 강화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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