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미국의 젤렌스키 복장 타박

허행윤 지역사회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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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장을 타박하는 발언이 나왔다. 국가 정상들의 만남에서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무릎을 맞댄 자리였다. 뜬금없이 나온 돌발 발언인 줄 알았는데 나름대로 계산이 있었다.

 

외신에 따르면 정상회담이 열린 건 지난 2월28일 미국 백악관에서였다. 우크라전 종전이 취지였다. 한 기자가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질문을 던졌다. “왜 정장을 입지 않았습니까”. 뉘앙스는 조롱조였다. 트럼프 대통령도 거들었다. “오늘 완전하게 차려 입었습니다”. 누가 듣더라도 비꼬는 듯한 말투였다. 회담은 고성 끝에 소득 없이 끝났다.

 

후폭풍이 이어졌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장병들에 대한 연대의 의미로 입는 군복을 의전이나 격식의 문제로 타박한 것을 우크라이나에 대한 모욕으로 받아들이는 감정이 깔려 있었다.

 

우크라이나 정부도 나섰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사진 12장을 올렸다. ‘우리만의 정장이 있다’는 문구와 함께 군장을 착용한 군인들과 피 묻은 수술복을 입은 의사, 폭격 현장에서 시민을 꺼내는 구조대와 소방관 등이 담겼다.

 

군복을 입고 여군과 악수하는 젤렌스키 대통령, 다리를 절단해 의족을 착용한 채 우크라이나 전통복장을 하고 패션쇼 무대를 걷는 우크라이나인의 모습도 있다. 성명도 나왔다. “우크라이나인 수십만명이 집과 가족을 지키기 위해 근무복을 군복으로 갈아 입었습니다.”

 

우크라이나가 1994년 안전보장을 대가로 핵무기를 포기했다는 점도 제기됐다. “우리의 정장은 어디에 있는가. 우리의 핵무기와 함께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전쟁이 4년째 접어들었는데 여전히 트럼프 지지자들에게 우리가 지옥 속에 살고 있다는 것을 증명해야 하나. 얼마나 많은 우크라이나인이 영영 정장을 입지 못하게 됐는지 아느냐”는 반문도 있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전쟁 발발 이후 줄곧 군복 스타일의 복장을 고수해 왔다. 중요한 건 이 사태의 여진이 현재진행형이라는 점이다.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간단치 않은 에피소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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