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상준 경기도한의사회 수석부회장·분당도담한의원장
동의보감은 우리의 자랑스러운 세계기록유산이다.
17세기 초 조선시대 허준이 쓴 동의보감은 몸 중심의 인체관(정·精, 기·氣, 신·神)으로 질병을 바라보며 병을 치료할 때는 마음의 작용까지 고려하며 전인적으로 접근한다. 그래서 유네스코에서는 동의보감을 ‘세계 최초의 공중보건 안내서’로 소개하고 있다. 건강한 삶, 장수를 목적으로 하는 예방의학 중심의 동의보감에서 가장 처음 나오는 처방이 ‘경옥고’다.
생지황, 인삼, 백복령, 꿀을 고르게 반죽해 사기 항아리 안에 넣어 구리로 만든 솥에 넣고 물속에 매달아 뽕나무 장작으로 3일 밤낮을 달이고 3일 후 다시 우물 안에 하루 밤낮을 담근다. 그리고 다시 꺼내어 하루 밤낮을 다시 달여 수기(水氣)를 뺀 후 꺼내 쓴다. 먼저 약간을 꺼내 천지신명에게 제사 지낸 후 한두 숟가락씩 하루 2~3회 복용한다.
“정(精)을 채우며 수(髓)를 보하며 참된 성(性)을 기른다. 노인을 아이로 돌아오게 하고 모든 허손을 보(補)하며 모든 병을 없앤다. 온갖 신(神)이 충족되고 오장의 기가 넘쳐 백발이 검게 되고 치아가 다시 나며 달리는 말처럼 활동하게 된다. 하루에 몇 차례 먹으면 하루 종일 배고프거나 갈증 나지 않으니 그 효과를 이루 다 말할 수 없다.”(동의보감 중)
경옥고의 주된 효과를 내는 약재(군약·君藥)는 생지황이다. 지황은 흙 속의 영양분을 속속들이 취하는데 지황을 심은 땅은 거의 황무지로 변할 정도라고 한다. 땅의 영양분이 가득찬 생지황은 우리 몸에 진액을 만들어준다.
우리 몸을 단순하게 바라보면 몸은 물기운(구성)과 불기운(기능)의 조화로 운영된다. 이 물기운이 바로 진액이다. 진액은 뼈, 근육, 관절, 혈액, 체액, 뇌수, 골수, 타액, 점액, 관절활액, 효소, 호르몬, 신경전달물질 등 우리 몸을 구성하고 기능하는 물을 기본으로 한 생리물질이다. 우리가 나이가 들면 피부에 주름이 생기고, 피부가 건조해져 가려우며, 뇌수가 부족해져 뇌가 위축돼 치매를 앓고, 여러 보고 듣는 감각기능이 기능이 떨어진다. 이 모두 진액이 부족해져서 그렇다. 즉, 노화라는 것은 결국 진액이 부족해지는 것이다.
진액을 보충해주는 경옥고가 노인을 아이로 돌아오게 하고 모든 부족함을 채워준다는 말은 과장이 아닐 수 있다. 5일간의 정성 어린 공으로 만들어진 경옥고는 약성이 순하고 그윽하며 깊으니 우리 몸 깊이 부드럽게 흡수되고 침투해 몸의 지지 기반을 근본적으로 튼튼하게 해준다. 회춘과 무병장수의 명약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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