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학기를 맞은 학교마다 현장체험학습을 고민한다. 최근 한 초등학교 교사에 대한 유죄 선고에 따른 파장이다. 현장체험학습 중의 학생 사망 사고로 재판에 넘겨진 교사다. 일선 교사들은 체험학습 폐지론까지 들고 나온다. 형을 받고 퇴직할 수도 있는데 계속 해야 하느냐는 것이다. 소풍, 수학여행도 줄이거나 당일치기로 바꾼다고 한다.
현장체험학습은 교실을 벗어나 현장에서 직접 경험하며 체득하는 학습활동이다. 공간을 바꾸는 것만으로도 학습 흥미와 의욕을 불러일으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차를 타고 이동해야 하는 등으로 안전 문제 등에 대한 우려가 늘 있어 왔다. 이번 인솔 교사 유죄 판결이 논란을 더 키운 셈이다. 현장체험학습을 꺼리는 분위기가 퍼져 간다고 한다.
인천교사노조가 최근 관련 조사를 했다. 인천 교사 555명 중 432명(78%)이 현장체험학습 전면 폐지를 희망했다. 418명(75%)은 안전사고 민형사 재판에 대한 법률 지원을 호소했다. 인천 한 초등학교는 일단 이번 학기 체험학습을 다음 학기로 미루기로 했다고 한다. 또 다른 초등학교도 다음 학기로 미루기 위해 학부모 의견을 듣고 있다. 교사들을 보호할 구체적 대안이 나올 때까지는 움직이지 않겠다는 분위기다. 학기 초라 어쩔 수 없이 ‘취소를 전제로 한’ 체험학습 계획을 짜는 학교도 있다고 한다.
현행 ‘학교 안전사고 예방 및 보상에 관한 법률’은 교사 면책 조항이 마땅히 없다. 현장체험학습 등 교육 활동 중 안전사고에 대한 민형사상 책임 부분이 불명확한 것이다. 교육부는 교사가 안전조치 의무를 다한 경우 면책 단서 조항을 적용하는 법 개정을 추진 중이다. 그러나 교사들은 이 조항조차도 모호하다며 현장학습 자체를 재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현장체험학습의 안전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내놓는 대책들도 문제다. 지방의 한 교육청은 수학여행이나 수련회 계획에 대한 학부모 동의율을 70%로 정했다. 최소 1회 이상 사전 답사, 학교운영위원회 심의, 안전요원 증원 등도 지켜야 한다. 체험학습 후의 사후 정산 업무까지 교사에게 맡기기도 한다. 교사들이 꺼릴 만도 하다.
선생님들을 나무랄 일만도 아닌 것 같다. 체험학습 기피가 그들에게는 남은 자구책이기 때문이다. 누가 감옥에 가고 교단에서 쫓겨나기를 바라겠는가. 교사와 학부모, 학생도 원하지 않는다면 체험학습의 지속 여부를 진지하게 고민할 때다. 시대도, 교육 환경도 이전과는 크게 달라졌기 때문이다. 이번 사태에서도 사법적 판단의 중차대성을 새삼 느낀다. 그러고 보니 체험학습을 생업으로 삼아 온 이들도 앞으로 걱정이 많겠다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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