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행윤 지역사회부 부장
중국의 집권당은 공산당이다. 건국 이후 줄곧 그랬다. 1949년 이후부터로 올해 76년째다.
이 나라에는 권력 서열이라는 게 있다. 모든 절차나 회의 등도 권력 서열 순으로 엄정하게 진행된다. 자본주의 국가에선 의전 서열이라 부른다.
이런 가운데 연중 가장 중요한 정치 행사에서 이변이 일어났다. 권력 3위가 회의 폐막식에 불참해서다.
좀 더 들여다보자. 발단은 중국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에서였다. 지난 11일 열린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연례회의 폐막식에 자오러지 전인대 상무위원장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고 외신이 전했다. 그의 권력 서열은 공식적으로 3위다. 전인대 폐막식에 중국공산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총 7명)이 전원 참석하지 않은 건 수십년 만에 처음이다. 물론 그는 하루 뒤 공식 활동을 시작한 것으로 파악됐다.
폐막식에는 시진핑 주석 등 최고 지도부와 전인대 위원 3천여명이 모였다. 하지만 이날 최고 지도부가 착석하는 연단에서 시 주석 바로 앞 자오 위원장 자리에는 리훙중 부위원장이 앉았다. 위원장이 낭독하는 폐막사도 리 부위원장이 읽었다.
자오 위원장은 서부 칭하이성에서 정치 경력 대부분을 쌓았다. 칭하이성과 산시(陝西)성 당 서기를 거쳐 시진핑 1기인 2012년 중앙정치 무대에 입성했다. 공산당 중앙서기처 서기와 중앙조직부장 등 요직도 거쳤다.
외신은 자오 위원장의 폐막식 불참 사유를 병환 때문이라고 짧게 알렸다. 하지만 분위기는 석연찮다.
중국은 이번 양회를 통해 키워드를 제시했다. 내수·무역 고민 속에서 성장 목표 ‘5% 안팎’이 그것이다. 예년 양회에 비해 눈에 띄는 대목은 ‘평화통일’이란 표현 삭제다. 이 때문에 대만과의 관계에서 변화가 예고된다. 무력 행사 가능성을 시사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에도 무게가 실린다.
중국 외교부는 자오 위원장의 전인대 폐막식 불참에 말을 아꼈다. 애써 대수롭지 않게 여기려는, 그 속내가 참으로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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