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포천시도 피해자인데 왜 軍 오폭 책임을 도맡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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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포천시 이동면 노곡리에서 폭탄 오발 추정사고가 발생해 건물이 파손됐다. 경기일보DB

 

6일 발생한 포천 민간 오폭의 원인은 명백하다. 조종사의 표적 입력 실수가 직접 원인이다. 표적 좌표에 ‘5’를 ‘0’으로 잘못 입력했다. 공군의 공식 조사 결과다. 전대장(대령)과 대대장(중령)을 보직 해임했다. 직무유기, 지휘관리·감독 미흡 등 책임이다. 당사자인 조종사 2명을 형사 입건했다. 업무상 과실치상 등의 혐의를 적용했다. 이번 주에는 공중근무자 자격 심의도 진행할 예정이다. 조종사의 자격을 유지할지를 가리는 심의다.

 

그런데 피해 보상 등 후속 처리가 이상하다. 피해자라 할 포천시가 모든 걸 처리하고 있다. 부상 주민 전담 공무원 투입, 재난 통합 지원 본부 가동, 긴급 시설 보수 및 피해 조사다. 하나같이 인력과 예산이 드는 일이다. 여기에 주민 한 명당 100만원의 재난기본소득도 지급한다. 이 예산만 11억7천만원에 달한다. 시 예비비에서 충당하기로 했다. 파손 피해를 입은 가옥 등에 들어갈 돈도 상당할 것이다. 모두 포천시가 앞장서고 있다.

 

본보가 확인해 봤더니 쭉 이랬다고 한다. 2019년 연천에서 도비탄 산불이 났다. 사격 훈련 중이던 군 부대의 과실이었다. 산불 책임에는 고의·과실을 떠나 엄하게 책임을 묻는다. 하지만 군은 아무 책임도 지지 않았다. 진화 예산, 복구 예산 등을 전부 연천군이 냈다. 양평군도 지역 내 군 사격장에서 사고가 빈발한다. 주민들이 불안을 호소하며 민원을 제기한다. 이 골치 아픈 업무도 양평군 몫이다. 군은 일절 관여하지 않는다.

 

군의 중요성을 새삼 강조할 필요는 없다. 접경 지역 포천 연천의 특수성을 모르는 바도 아니다. 운명적으로 감내할 불이익이 있다. 하지만 그래서 받아야 할 보상도 있다. ‘특수한 불이익에는 특별한 보상으로’라는 논리다. 그런데 현실은 딴판이고 그 적나라한 현실이 이번에 목격됐다. 훈련에 의한 불가피한 피해도 아니다. 황당한 실수에 의한 오폭이다. 당사자들이 업무상 과실 치상으로 처벌까지 됐다. 이걸 왜 포천시가 책임지나.

 

포천시의 즉각적인 후속 조치는 높이 평가한다. 예비비를 통한 보상 결정도 적절했다고 본다. 정부의 특별재난구역 선포도 잘한 결정이다. 직접 보상, 세제 지원 등의 조처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제기하는 문제의 요지는 다른 데 있다. 크고 작은 군 사고 때마다 특별재난구역을 선포해주지는 않는다. 그래서 연천 산불, 양평 사격장 피해가 지자체 부담으로 떠넘겨진 것이다. 이번 기회에 이 문제를 손보고 가자는 것이다.

 

군이 야기한 사고의 배상 책임은 군에 있는 것이고, 그 군의 운용자인 국가가 직접 책임져야 하는 것이다. 상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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