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심코 붙여진 지역명 넣은 명칭에 집·땅값 떨어지고… 상권 위축도 “지역명과 결부된 대형 사건·사고 외부 확산… 피해 회복 오래 걸려”
지역의 이름은 그 지역의 얼굴과도 같다. 하지만 큰 사고가 발생하면 익숙하게 붙는 지역명은 안성하면 ‘배’ 대신 ‘교량 붕괴 사고’를, 포천하면 ‘막걸리’보다 ‘전투기 오폭 사고’를 떠올리게 한다. 이는 주민에게 경제적, 사회적으로 또 다른 피해를 발생시키고 있다. 경기일보는 무심코 붙여진 ‘지역명 사고’로 인한 피해 사례와 대안을 짚어봤다. 편집자주
경기도내 발생한 크고 작은 사고 앞에 지역명이 붙어 회자되면서, 해당 지역이 이미지 실추, 상권 위축 등 피해를 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사고 지역 내 자영업자들이 수요 위축으로 생계 위협을 겪거나 오명을 벗고자 아예 이주에 나선 사례도 발생했기 때문인데, 전문가들은 특정 사고와 지역명이 결부돼 피해가 발생할 경우 회복에 상당한 시일이 걸린다고 지적한다.
17일 경기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달 25일 교량 붕괴 사고가 발생한 안성에서는 집값, 땅값 하락을 우려해 타 지역으로 이사한 가구가 발생했다. 지역 주민들은 이번 사고가 ‘안성 교량 붕괴’로 불린 것이 요인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전영철 산평리 이장은 “사고 이름에 ‘안성’이 붙고, 회자되면서 주민들은 끔찍했던 사고 당시를 강제로 곱씹고 있다”며 “몇몇 주민들은 사고 발생 지역이라는 오명이 집값 하락을 가져올까 우려해 집을 내놨고, 결국 두 가구는 지역을 떠났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6일 전투기 오폭 사고가 발생하며 30여명의 부상자가 나온 포천 이동면 일대는 숙박업소 예약이 뚝 끊기며 자영업자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이동면에서 펜션을 운영 중인 A씨는 “매월 대여섯건의 예약이 발생하는데, 사고 이후엔 예약이 아예 사라져 생계를 위해 건설현장으로 출근하기 시작했다”고 말했고, 또다른 업주 B씨는 “펜션도 (오폭)피해를 입었냐는 예약자 전화를 연달아 받았다. 혹여나 예약이 취소될까 노심초사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사고 지역’이라는 인식이 2차 재산피해를 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강태일 포천범시민대책위원장은 “피해 지역 주민 대부분이 이주를 원하고 있어 대책위 차원에서 정부, 지자체 등에 이주 지원을 요구할 예정”이라면서도 “하지만 이번 사고로 지역 이미지가 큰 타격을 입었기 때문에 남기를 택하는 주민 입장에서는 집값, 땅값 하락 등 2차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지역명과 결부된 대형 사건·사고가 외부에 확산, 지역내 피해가 시작되면 회복에 상당한 시일이 걸린다고 지적한다.
이홍주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사고를 지칭하기 편리하다는 이유로 지역명과 사고명이 으레 합쳐지지만 이는 부동산 가격 하락, 지역 관광 수요 위축 등 큰 피해를 유발한다”며 “특히 인명 피해가 컸던 사고일수록 명칭에 따른 타격을 입은 지자체가 회복하는 데에는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 경향이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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