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정인학 일등중사(현 계급 하사), 249번째 신원확인 된 호국영웅 발굴 당시 방탄조끼 입고 엎드린 자세 1932년 12월 전북 정읍 출생, 4남 6녀 중 장남…사망 당시 20세
6·25 전쟁 당시 휴전을 불과 이틀 앞두고 전사한 고(故) 정인학 일등중사(현 계급 하사)의 유해가 가족의 품으로 돌아갔다.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이하 국유단)은 지난해 11월 강원도 철원군 원남면 주파리 일대에서 유해가 발견됐고, 이 유해의 신원을 정 일등중사로 최종 확인했다고 19일 밝혔다.
국유단은 7사단 예하 대대장인 정준혁 중령으로부터 작전지역에서 지표면에 노출된 방탄헬멧과 수통을 발견했다는 제보를 받았고, 이에 현장 발굴팀을 보내 M1 소총 등 유품 및 고인의 유해를 발굴했다.
고인은 방탄조끼를 착용한 채 엎드린 모습으로 묻혀 있었고, 해부학적으로 완전유해였다.
유해는 고인의 이름이 새겨진 '인식표'와 함께 발견됐다. 국유단은 이를 근거로 병적부를 확인한 후 행정관서와 협력해 유가족의 소재를 확인했고, 고인의 여동생이 제공한 유전자 시료와 유해의 유전자 정보를 비교, 분석해 가족관계를 확인할 수 있었다.
이로써 국유단은 2000년 4월 유해발굴사업을 시작한 이래 249번째로 6·25 전쟁 전사자의 신원을 확인했다.
사망 당시 고인은 20세였다. 1932년 12월, 전라북도 정읍시에서 4남 6녀 중 장남으로 태어났고 군에 입대하기 전까지는 부친이 운영하는 농산물 소매업을 도우며 생활했다.
고인은 1951년 9월, 18세때 입대해 국군 제7사단 소속으로 싸우다 휴전 이틀 전인 1953년 7월25일 ‘적근산-삼현지구 전투’에서 전사했다.
당시 전투는 국군 제7·11사단이 금성지구(강원도 철원군 원남면 주파리 소재)에서 중공군 4개 사단의 공격을 격퇴하고 반격으로 전환해 전선을 안정시킨 공방전이었다. 고인은 휴전을 앞두고 한 치의 땅이라도 더 확보하기 위해 치열하게 싸우다 전사했다.
고인의 유해를 유족에게 전달하는 ‘호국의 영웅 귀환’ 행사는 유가족의 요청에 따라 이날 충청남도 천안시 유가족 자택에서 열렸다.
유전자 시료를 제공한 여동생 정병숙 씨(69)는 고인이 전사한 이후 태어나 생존 당시 오빠의 모습을 알지 못하지만, 부모님이 어릴 적부터 매년 현충일이면 정읍시 충무공원에서 열리는 추모 행사에 데리고 다녀 자주 오빠의 모습을 상상했다고 한다.
정 씨는 “지난해 11월 국유단 탐문관이 시료 채취하러 온다고 할 때는 어머니가 꿈에 보였고, 유해를 찾았다고 (국유단에서) 방문하시겠다고 한 전날에도 아버지가 꿈에 나왔다”며 “아마 오빠의 유해를 나보고 받으라고 나타나신 것 같다”고 말했다.
유전자 시료 채취는 전국 어디에서나 가능하며 6·25전사자의 유가족으로서 전사자의 친·외가를 포함해 8촌까지 신청 가능하다. 제공한 유전자 정보를 통해 전사자의 신원이 확인될 경우 1천만원의 포상금도 지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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