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펀드 MBK파트너스가 고려아연에 대한 적대적 인수합병(M&A)에 홈플러스 사태 당시와 같은 ‘차입매수(LBO)’ 방식을 그대로 적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인수금융 대부분을 차입금으로 충당한 뒤 막대한 상환 부담을 피인수 기업에 전가하는 구조다. 실제 MBK가 지난해 9월부터 이달까지 약 7개월 동안 고려아연 지분 취득에 투입한 1조6천억원 중 약 75%인 1조2천억원가량은 NH투자증권에서 빌린 자금으로 드러났다.
대출 상환 만기가 불과 두 달 앞으로 다가왔다는 점도 고려해야 할 대목이다. 금융권에서는 MBK가 홈플러스 사태로 신뢰를 잃은 상황에서 리파이낸싱(차환)에 난항을 겪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담보 추가 제공, 이자 급등 등의 부담은 물론, 정치권과 국민 여론이 차입매수에 등을 돌린 상황이라 차환 자체가 거센 반발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24일 금융투업계에 따르면 MBK는 지난 2015년 홈플러스 인수 당시에도 인수대금 7조2천억원 중 약 70%인 5조원을 홈플러스 명의로 대출받아 충당했다. 이후 상환 압박에 내몰린 홈플러스는 핵심 부동산을 대거 매각하고, 상환전환우선주(RCPS) 원리금 지급에 집중하는 과정에서 기업 경쟁력이 급격히 저하됐다. 결국 홈플러스는 사업 기반이 흔들리며 기업회생 절차를 밟는 위기에 처했고, 시장에선 차입매수의 폐해를 여실히 보여준 사례로 꼽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MBK는 고려아연을 대상으로 또다시 같은 방식의 인수에 나서며 비판을 자초하고 있다. 현재 MBK는 고려아연 인수 과정에서 금융권에서 고정금리 최소 5.7%를 적용해 1조7천150억원 규모의 한도대출을 설정했고, 이 중 실제로 1조1천775억원을 대출받아 공개매수 및 장내매입에 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대출의 만기일은 오는 6월이다.
문제는 이 같은 차입 구조가 고려아연의 재무건전성과 중장기 사업 기반을 위협할 수 있다는 점이다. MBK가 상환 압박을 고려아연에 전가할 경우 전략광물 확보 등 국가 차원의 산업안보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실제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 글래스루이스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MBK가 고려아연을 지배하게 될 경우 홈플러스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국민 여론도 싸늘하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지난 13~14일 만 18세 이상 국민 1천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69%가 차입매수 방식에 대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이처럼 차입매수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확산되고 있음에도 MBK는 별다른 반성 없이 같은 방식을 반복하고 있다는 점에서 도덕적 해이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자금 조달 역시 난관이다. 현재 MBK가 고려아연 적대적 M&A를 추진하는 6호 펀드에는 연기금과 공적 기금의 출자가 포함돼 있다. 그러나 최근 국민연금과 한국원자력환경공단 산하 방사성폐기물관리기금 등 주요 LP(출자자)들은 적대적 M&A에 자금을 사용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공식화했다. 국민연금은 “적대적 M&A 투자 건에는 참여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히고 정관 개정을 추진 중이며, 방폐기금은 적대적 M&A 배제 조항을 펀드 계약서에 명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로 인해 MBK 6호 펀드의 운용 자체가 흔들릴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주요 출자사업에서 탈락이 이어지는 가운데 평판 리스크까지 겹치면서 추가 출자자 모집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다. 업계에선 국민연금을 포함한 LP들의 연쇄 이탈이 가시화될 수 있다고 전망한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홈플러스 사태로 이미 차입매수의 위험성이 확인됐는데도 MBK는 여전히 무리한 구조를 고집하고 있다”며 “이로 인해 금융권 차환도 쉽지 않을뿐더러 펀드 운용에도 상당한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차입매수의 부작용이 부메랑이 되어 돌아오면서 MBK의 고려아연 M&A는 실패로 귀결될 수 있다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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