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산불 10건 중 8건은 ‘실화’…고의성 입증 안돼 처벌은 ‘솜방망이’

최근 5년간 발생 산불 667건... 담배꽁초 ‘272건’ 가장 많아
고의성 입증 어려워 낮은 처벌

부주의·담뱃불·논밭 소각… 경기도 산불 80%가 ‘人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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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산청과 경북 의성 등 전국에서 발생한 산불의 원인이 실화로 확인된 가운데 경기지역에서 발생한 산불 10건 중 8건이 실화로 인한 인재(人災)인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이번 산불은 8천732㏊의 규모를 태울 만큼 최대 규모의 피해지만 실화로 인한 화재의 경우 실제 처벌은 솜방망이에 그치고 있어 처벌 강화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24일 경기도소방재난본부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20~2024년) 경기도에서 발생한 산불은 총 667건이다. 이 중 88.3%(589건)은 부주의로 인한 화재로 확인됐다. 부주의 원인으로는 담배꽁초가 272건으로 가장 많았으며 쓰레기 소각 110건, 불씨 방치 97건, 논 임야 태우기 31건 등이다.

 

이같이 실화로 인한 산불은 산림보호법 제53조에 따라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불을 지른 것에 대한 고의성이 인정되면 방화죄를 적용해 7년 이상, 1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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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의성군 점곡면 930번 지방도가 산불로 인해 통제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하지만 고의성을 입증하기 어렵고 다른 처벌 전력이 없는 초범이라는 이유로 솜방망이 처벌을 받는 실정이다. 지난 2023년 3월 춘천에서 8㏊의 산림을 태운 70대 남성은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았다. 초범인 점이 감안됐기 때문이다. 심지어 지난 1996년 7명이라는 역대급 사망자를 발생시킨 동두천 산불의 경우 미군 연막탄 사격 훈련 중 화재가 발생했는데, 고의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처벌조차 받지 않았다.

 

이와 관련 문현철 한국재난관리학회 부회장은 “실화는 많은 이들의 목숨을 앗아갈 수 있을 정도로 위험한 범죄 행위”라며 “범죄 전력, 나이와 관계 없이 실화로 인한 산불에 대한 엄중한 처벌과 함께 진화 비용, 산림 복원비용까지 손해배상하는 등 무거운 책임을 지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전국에서 발생한 이번 산불은 22일 하루에만 29건으로 2000년 이후 6번째로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오후 기준 산불 진화율은 경남 산청 65%, 경북 의성 71%, 울산 울주 69%, 경남 김해 75%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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