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국가유산 추진되는 절밥

허행윤 지역사회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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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부나 김치, 나물 등을 한데 섞어 비빈다. 버섯잡채나 순나물 등도 빼놓을 수 없다. 첫맛은 그저 그렇다. 하지만 단출하고 소박하다. 절밥(사찰음식)이 딱 그렇다.

 

단어 그대로는 절에서 먹는 끼니라는 뜻이다. 아름다운 곡선의 처마를 바라보며 먹을 때 느껴지는 식감은 그래서 근사하다. 주변의 소록소록한 자연과 풍광이 그대로 내려와 앉았다. 법정 스님은 우주가 들어 있다고 비유하기도 했다.

 

나물을 한 숟가락 입에 물면 풍경(風磬) 소리가 난다. 의성어로 표현하면 “댕그랑댕그랑”이다. 그윽한 공감각이다. 소리에도 품격이 있는 셈이다. 그 어떤 강박감도 느껴지지 않는다.

 

가장 으뜸인 특징은 육식과 인공조미료를 전혀 넣지 않는다는 점이다. 음식을 만드는 과정도 오로지 또 다른 수행의 한 방법으로 여긴다. 먹는 것도 수행이다. 절제를 추구하는 식탁이다. 식재료 본연의 맛이 그대로 살아 있다.

 

정부가 절밥을 국가무형유산으로 지정(경기일보 24일자 16면)한다. 절밥은 불교 정신이 오롯이 담긴 음식이다. 승려들이 일상에서 먹는 수행식과 발우공양 등을 포함한다. 사찰마다 다양한 음식이 전해져 오는데 육류와 생선, 오신채(五辛菜·마늘, 파, 부추, 달래, 흥거 등 자극적인 다섯 가지 채소)를 쓰지 않고 채식을 중심으로 한다. ‘살아 있는 것을 죽이지 않는다’는 생명 존중의 철학적 가치도 녹아 있다. 아끼면서 배려하는 행복한 관례이고 법칙이다.

 

절밥은 오랜 기간 우리 식문화와 영향을 주고받았다. 고려시대 문헌인 ‘동국이상국집’ 등에 그런 내용이 소상하게 담겼다. 조선시대에는 사찰이 두부, 메주 등 장류와 저장음식을 공급하는 역할을 하면서 사대부가와 곡식을 교환하는 등 음식을 통해 교류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국가유산청은 예고 기간 30일간 각계 의견을 검토한 뒤 무형유산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국가무형유산 지정을 확정할 계획이다.

 

입안에서 사각사각 녹아드는 절밥을 먹으면서 봄을 맞이하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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