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외로운 세기

정자연 문화체육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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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회에 외로움의 그림자가 커졌다. 통계청이 25일 발표한 ‘2024 한국의 사회지표’를 보면 19세 이상 국민 중 ‘외롭다’고 느낀 사람의 비중이 21.1%로 전년보다 2.6%포인트 증가했다. ‘아무도 나를 잘 알지 못한다’고 느끼는 비중도 3.2%포인트 늘어 16.2%로 집계됐다. ‘외롭다’고 느끼는 비중은 60세 이상에서, ‘아무도 나를 잘 알지 못한다’고 느끼는 비중은 40대에서 두드러졌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에서도 주목할 만한 통계가 나왔다. 연구원의 ‘2024 고립·은둔 청소년 실태조사’ 결과 고립·은둔 청소년 3명 중 2명은 ‘죽고 싶다’고 생각한 적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온라인 조사에 응답한 1만9천160명 가운데 고립, 은둔 청소년은 각각 12.6%, 16.0%로 나타났다. 청소년의 28.6%는 세상과 단절된 채 살아가고 있다는 의미다.

 

21세기를 ‘외로운 세기(the lonely century)’라 이름 붙인 학자도 있다. 영국의 경제학자 노리나 허츠다. 그는 2021년 발간한 ‘고립의 시대’에서 21세기를 사회적 고립감을 느끼는 외로운 사람들이 대규모로 쏟아져 나오는 시기로 진단했다. 그의 말처럼 기술은 진보하지만 우리의 삶은 고립되고 있다. 안정적이지 못한 근무환경에서 일하는 플랫폼 노동자의 증가, 대면 접촉이 차단된 디지털을 매개로 한 만남의 일상화, 소득 수준에 따른 배제와 차별을 정당화하는 도시의 구조. ‘초연결사회에서 격리된 우리’다.

 

파편화된 개인의 외로움은 사회를 습격한다. 묻지마 범죄를 관통하는 열쇳말은 언제나 사회적 고립과 외로움이었다. 혼자라고 느끼는 사람일수록 극단적인 견해에 빠지기 쉽고 포퓰리즘 정당에 투표할 확률이 높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허츠는 대안으로 ‘연결’을 제시했다.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과 기업의 협조, 시민의 다정함과 참여다. 극단주의와 혐오, 각종 음모론이 일상의 언어로 퍼지고 있는 한국 사회가 곱씹어 봐야 할 지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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