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잃고 6·25 참전한 호국영웅 유해, 75년만에 귀환

故 김석연 일병, 6·25때 '장진호 전투'서 전사
피난하다 아내와 아이 잃어…“김일성에게 복수하겠다”며 참전

고(故) 김석연 일병의 유해.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 제공
고(故) 김석연 일병의 유해.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 제공

 

“김일성에게 복수하겠다.”

 

6·25 전쟁에서 아내와 아이를 잃었던 28세 청년이 입대 직전 가족들에게 남긴 말이다.

 

그는 한국전쟁의 가장 치열한 전투 중 하나로 평가되는 장진호 전투에서 숨진 고(故) 김석연 일병이다.

 

27일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이하 국유단)은 ‘2020년 국군 전사자 유해봉환행사’를 통해 국내로 봉환된 유해의 신원을 카투사 고(故)김석연 일병으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김 일병의 유해는 미군이 2018년 북한으로부터 전달받아 2020년 한국으로 봉환한 유해에 포함돼 있다가 올해 신원이 확인됐다. 이로써 현재까지 국내에 봉환된 유해 314구 중 20명의 신원이 확인됐다.

 

국유단은 북한 장진군 신흥리 일대의 전쟁사 연구를 토대로 병적부와 전사자명부를 분석해 전사자 각각의 본적을 확인했고, 지자체의 협조를 얻어 유가족의 소재를 추적했다.

 

연락이 닿은 유가족이 있을 때마다 국유단은 그들의 자택을 일일이 방문해 시료를 채취했다. 이어 유가족과 유해의 유전자를 비교·분석해 가족 관계를 확인했다.

 

사망 당시 고인은 28세였다. 1922년 8월 서울 중구에서 3남1녀 중 첫째로 태어나 1944년 10월 결혼했다. 슬하에 1남1녀를 두고 살던 그는 1950년 6·25 전쟁 발발 후 피난길에서 아내가 세상을 떠났다. 너무 어렸던 둘째 아들은 데려오지도 못했다. 이후 고인은 “김일성에게 복수하겠다”며 같은 해 8월 카투사에 입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일병은 유엔군이 북방으로 진출하던 중 중공군에 포위돼 2주간 적과 싸웠던 ‘장진호 전투’에서 전사했다.

 

고인의 유해를 유족에게 전달하는 ‘호국의 영웅 귀환’ 행사는 유가족의 요청에 따라 이날 하남시에 있는 고인의 딸 김문숙 씨(79)의 자택에서 열렸다.

 

문숙 씨는 너무 어린 나이였기에 아버지 얼굴이 기억나지 않지만, 유해를 찾았다고 하니 아버지의 실체가 느껴진다며 감사를 전했다.

 

국유단 관계자는 이날 경기일보와의 통화에서 “북한·미국 등에 있는 국군의 유해를 찾기 위해 중국 및 NGO 단체를 통하기도 하는 등 노력을 많이 했는데, 이번에 미국을 통해 돌려받은 유해 중 신원 확인된 분이 있어 고무적인 성과고 감사하다”고 전했다.

 

유전자 시료 채취는 전국 어디에서나 가능하며 6·25 전사자의 유가족으로서 전사자의 친·외가를 포함해 8촌까지 신청 가능하다. 제공한 유전자 정보를 통해 전사자의 신원이 확인될 경우 1천만원의 포상금도 지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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