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의 기습적인 기업회생 신청으로 논란의 중심에 선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에 대한 비판 여론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협력사, 납품업체, 입점업체, 금융 채권자 등 직간접적 피해는 물론, 정부와 학계, 시민단체까지 MBK의 도덕적 해이를 지적하며 산업 전반의 건전성을 해치고 있다는 우려를 쏟아내고 있다. 특히 MBK가 국가기간산업인 고려아연에 대해 적대적 인수를 시도하고 있는 가운데, 중국으로의 핵심기술 유출 가능성까지 제기되면서 사회 전반의 경각심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3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시민단체 바른사회시민회의는 지난 27일 서울 용산구 서울비즈센터에서 ‘MBK 도덕적 해이와 대두되는 사모펀드 책임론’을 주제로 정책토론회를 열고, 사모펀드의 폐해와 규제 필요성을 집중 논의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가 좌장을 맡았고,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 김병준 강남대 시니어비즈니스학과 교수가 발제자로 참석했다.
양 교수는 사모펀드가 주장하는 ‘가치 창출’이라는 명분과 실제 운영 방식 사이에 괴리가 크다고 지적했다. 그는 “사모펀드의 이상적인 역할은 부실 기업을 인수해 장기적으로 건전한 기업으로 탈바꿈시키는 것이지만, 현실은 레버리지를 최대한 끌어올려 단기 이익을 회수하고 빠져나오는 전략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이어 “사법적 규제 부재로 인해 책임 회피가 가능해졌고, 각종 부작용의 근본 원인이 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대표적 사례로 MBK의 홈플러스 자산 매각 및 재임차 방식, 즉 ‘세일앤리스백(S&LB)’이 언급됐다. 이는 자산을 매각해 단기 유동성을 확보하는 대신, 장기적으로 임대료 부담을 지게 만들어 기업 경쟁력을 악화시키는 구조다. 실제로 홈플러스는 부동산을 매각한 후 재임차했지만, 그 대가로 지속적인 비용 부담이 발생했고, 최근에는 신용등급 하락까지 초래됐다.
조동근 명예교수는 홈플러스가 기업회생을 신청하기 직전 전자단기사채와 기업어음(CP)을 대거 발행했다는 점을 지적하며 “투자자들에게 사실상 부도 상태를 숨기고 채권을 판매한 셈으로, 이는 2013년 동양그룹 사태를 떠올리게 하는 금융사기”라고 비판했다.
MBK가 고려아연 인수에 나선 점을 두고도 깊은 우려가 제기됐다. 김병준 교수는 “MBK 6호 펀드에 중국 국부펀드인 중국투자공사(CIC)가 5%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며 “MBK가 단기 수익 실현을 위해 고려아연을 중국 기업에 되팔 유인이 충분하다”고 경고했다.
그는 고려아연이 아연뿐 아니라 인듐, 비스무트, 텔루륨 등 반도체와 2차전지, 원자력 발전에 필수적인 소재를 생산하는 세계적인 제련기업임을 강조하며 “중국에 고도의 제련기술이 넘어가면, 장기적으로 세계시장까지 위협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양 교수 또한 사모펀드에 의한 기술 유출 가능성을 언급하며 “사모펀드가 인수한 기업의 기술을 외부로 유출하거나 다른 기업으로 기술을 이전하도록 강요하는 행위, 또는 기술을 무단 활용해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는 행위를 규제하는 장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토론자들은 국내 사모펀드가 금산분리 원칙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어 금융과 산업 양쪽에 과도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조 교수는 “사모펀드는 대기업을 인수하거나 주요 기업의 지배구조를 좌우할 수 있는 ‘우회적 금산결합’ 수단”이라며, 금산분리 원칙을 사모펀드에도 확대 적용할 필요성을 제기했다.
특히 사모펀드가 금융자본으로서 무분별한 산업 투자에 나설 경우, 산업 부문 리스크가 금융 부문으로 전이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오면서 미국 등 선진국의 규제 사례도 함께 소개됐다.
조 교수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상장사가 사모펀드에 인수된 뒤 부동산 매각이 과도하면 주주보호 및 정보공개 의무를 강화하는 식으로 대응한다”며 “또한 S&P, 무디스, 피치 등 글로벌 신용평가기관은 세일앤리스백을 통한 부채조정이 있을 경우,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해 리스크를 반영한다”고 설명했다.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