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라이어

최현호 정치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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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 제럴드 제리슨 교수팀 연구에 따르면 인간은 하루 평균 8분 간격으로 200회의 거짓말을 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20명의 참가자가 소형 마이크를 부착해 자연스러운 대화 상황을 관찰한 결과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대의 1천명 대상 연구에서는 자기 보고식 설문을 활용해 평균 2.19회의 일일 거짓말 빈도를 도출했다.

 

2회든 200회든 인간과 거짓말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성경에선 최초의 인간인 아담의 아들 카인은 동생 아벨을 살해한 뒤 모르쇠로 일관하며 진실을 회피했다. 현 시대에서 이 정도의 ‘흑색 거짓말’이 만천하에 드러나면 사회적 공분이 일고 거짓말쟁이 낙인이 찍힌다. 물론 상대방을 위하는 목적에서, 오히려 ‘모르는 게 약’이어서 사실을 가리기 위한 ‘백색 거짓말’도 일상에서 빈번히 이뤄진다. 거짓말은 선악을 떠나 지금도 인류와 함께하고 있다.

 

미국 배우 짐 캐리 주연, ‘에이스 벤츄라’ 등을 연출한 톰 새디악 감독의 코미디 영화인 ‘라이어 라이어’는 대형 로펌의 변호사가 어느 날 거짓말을 하지 못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을 다룬다. 변호사의 아들이 생일 소원을 빌면서 아빠가 하루만이라도 거짓말을 하지 말아 달라고 기도하자 의뢰인에게 오히려 불리하게 작용할 진실을 폭로해 버리는 등 온갖 소동이 펼쳐진다. 법정에서 벌어지는 진실게임이 거짓말로 승리하고, 진실로 패배하는 형국을 노골적으로 비꼬아 웃음을 자아낸다.

 

대한민국은 현재 누가 천하제일 거짓말쟁이인지 경쟁하는 서바이벌 경연장처럼 보인다. 정치인부터 연예인까지 진실 공방이 계속되고 있다. 진실을 이야기하는지, 거짓을 진실처럼 이야기하는지 속내를 들여다보기 전까지 알 수 없다. 심지어 진실은 뒷전인 채 서로가 거짓말쟁이로 몰아가기 바쁜, 비방으로 가득 찬 경연장이 됐다.

 

거짓말은 인류 역사에서 지속되고 있다. 지난해 12월3일도 거짓말인 줄 알았다. 올해 4월에도 거짓말 같은 일이 벌어질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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