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에 용도가 의심스러운 주차 공간이 있다. 경안천 자연생태시설에 조성된 주차장이다. 광주시가 2021년 퇴촌면 광동리에 만들었다. 부지만 8만3천237㎡로 23억원이 투입됐다. 장미와 국화, 억새, 라벤더 등 9종의 식물도 심었다. 잔디광장까지 갖춘 제대로 된 시설이다. 관광객들을 맞이하겠다는 의욕으로 시작했다. 지역주민들이 기대하는 부대 수익도 있었다. 이랬던 모습을 최근에는 찾아 보기 어렵다. 특히 주차장이 엉망이다.
대형 캠핑카가 장기간 주차하고 있다. 그렇다고 캠핑장으로서의 역할도 못한다. 입구부터 흉물스러운 드럼통들이 목격된다. 건축 폐기물로 보이는 쓰레기들도 버려졌다. 누군가 버린 것으로 보이는 냉동차 짐칸도 방치돼 있다. 주인을 알 수 없는 목재와 대리석도 쌓여 있다. 주차장 한 편에 관리 주체를 짐작케 하는 광주시 마크가 있다. 하지만 담당 부서나 연락처 등은 표시되지 않았다. 민원을 제기하려 해도 부서를 정확히 알기 어렵다.
본보가 첫 보도 이후 한 달여 만에 이유를 지적했다. 담당 부서가 정확히 지목되지 않았다고 했다. 구체적으로 보면 부서끼리 업무를 떠넘기고 있었다. 당초 업무는 건설과에 속해 있었다. 이후 조직 개편이 있었고 하천과로 넘기는 게 옳았다. 하지만 관련 서류가 여전히 건설과에 보관된 상태였다. 하천과는 ‘서류가 건설과에 있으니 건설과 업무’라고 주장했다. 반면 건설과는 ‘하천부지에 있는 시설이니 하천과 업무가 맞다’고 주장했다.
이해하기 힘든 일이다. 업무 지정은 원칙과 기준에 의해 분류된다. 하천 담당 부서가 하천과라면 하천부지 주차장도 하천과 소속이 타당하다. 서류가 건설과에 남아 있다는 것은 그냥 현상일 뿐이다. 그런데 ‘서류가 있는 부서가 책임 부서’라는 주장을 편 셈이다. 더구나 건설과에서 주차장 문제를 담당했던 팀장이 현재 하천과에서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상황을 누구보다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웬일인지 혼란을 지켜만 봤다.
‘서류 있는 곳이 담당 부서다.’ 처음 듣는 논리다. 딱 떨어지는 부서 간 업무 떠넘기기다. 벌어진 일에 대한 책임 회피다. 두 부서가 이렇게 업무 미루기를 하는 사이 주차장은 쓰레기, 폐차, 무단 주차로 몸살을 앓고 있었다. 관할 퇴촌면이 출입 제한을 위한 차단봉 설치를 시도했다. 하지만 시청 관리 부서를 확인하지 못해 설치하지 못했다고 한다. 어처구니없는 일 아닌가. 무엇보다 시민이 알게 되면 참 민망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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