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헌법재판소가 윤 전 대통령 파면을 재판관 8명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선고함으로써 윤 전 대통령은 즉시 대통령직에서 물러났다. 따라서 국회는 여야정당의 구분이 무의미하게 돼 더불어민주당은 명실공히 제1당, 국민의힘은 제2당이 됐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행정부를 이끌고 있으나 사실상 국회가 한국 정치의 중심이 됐다.
그동안 국회는 여소야대로 극단적인 정치판이 됐다. 대통령이 속한 여당인 국민의힘은 절대과반수 의석을 가진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에 의해 국회가 독점 운영됨으로써 여당으로서의 역할을 하지 못했다. 이 때문에 국회는 야당에 의해 탄핵과 입법 폭주가 남발되고, 야당이 통과시킨 상당수 법안은 여당과 정부에 의해 번번이 거부권이 행사되는 등 여야 간 사사건건 갈등 속에 파행 운영됐다.
특히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여야 정당은 국회보다는 광장정치에 몰두했다. 국민의힘 국회의원들은 윤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반대 지지자들과 더불어 한남동 대통령관저 등에서 개최된 시위에 앞장서서 참가해 탄핵 기각, 또는 각하를 주장했는가 하면 헌재 앞에서 릴레이 시위를 펼치기도 했다.
이는 더불어민주당도 마찬가지다. 탄핵반대 지지자들의 열기가 고조되자 이에 맞서기 위해 당 차원의 당원 동원령을 내렸는가 하면 여의도에서 광화문까지 국회의원들이 앞장서 도보행진까지 했다. 심지어 광화문광장에 천막당사를 차리기도 했다.
이러한 여야 간 극한 대치 상황하에서도 이번 헌재의 탄핵소추 인용 후 탄핵찬반 시위자들 사이에 우려했던 큰 사고는 발생하지 않고 일반 시민들은 일상생활로 돌아가고 있는 것은 성숙한 시민의식 때문이다. 경찰은 선고 당일 갑호비상령까지 내렸지만 특별한 사고가 없었다는 것은 한국 민주정치가 상당 수준 성숙됐다는 것을 의미하고 있다.
이번 헌재의 선고문에서도 재판관들은 정치권에 대해 협치정치를 강하게 주문하고 있다. 즉, 선고문에서 “국회는 소수 의견을 존중하고 정부와의 관계에서 관용, 그리고 자제를 전제로 대화와 타협을 통해 결론을 도출하도록 노력했어야 했다”고 꾸짖은 것을 정치권, 특히 국회는 반성과 성찰을 통해 이를 겸허히 수용해야 한다.
이제 국회는 광장정치에서 벗어나 국민의 대표기관으로서 당파의 이익이 아닌 국민 전체의 공동체 이익을 위해 상호 양보와 타협에 의한 협치정치를 해야 한다. 국회는 성숙한 시민의식에 부합하는 국민통합을 위한 정치력을 발휘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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