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일상 파고든 최악의 변수들

양휘모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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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수(常數). 수식에서 변하지 않는 값을 뜻한다. 항상 일정한 값을 갖는 수.

 

변수(變數). 어떤 상황의 가변적 요인, 어떤 관계나 범위 안에서 여러 가지 값으로 변할 수 있는 수를 의미한다.

 

상수와 달리 예측이 어렵고 그만큼 대비도 힘들다.

 

우리의 일상 속, 최악의 변수라 여겨질 만한 각종 재난 사고가 불청객처럼 소리 소문 없이 다가오고 있다.

 

지난 3월24일 오후 6시가 조금 넘어 서울 강동구 명일동 인근 사거리에서 발생한 폭 20m, 깊이 18m 규모의 대형 싱크홀. 이날 여느 때와 같이 평범했던 퇴근길 도심과 30대 오토바이 운전자의 삶도 함께 무너져 내렸다.

 

지난 11일, 광명시 신안산선 지하터널 공사 현장 붕괴 사고. 인근에 위치한 600여가구 규모의 아파트 단지와 초등학교, 교회 등 시민들의 생활공간과 인접한 현장. 당시 붕괴 우려 조짐을 인지한 시공사 측의 작업 중단 이후 15시간 만에 도로가 ‘와르르’ 주저앉았다.

 

여러 상황과 변수를 계산한 뒤 결정한 시공사 측의 보강 공사. 이 판단에서 정작 공사를 멈춘 ‘붕괴’ 가능성은 크게 고려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보강 공사에 투입된 작업자가 매몰된 지 수일째 생사 여부조차 확인이 안 되는 끔찍한 참사를 예견하면서도 내린 결정은 아니었을 테니 말이다.

 

11년 전 오늘, 세월호 참사가 발생하기 하루 전. 단원고 학생 및 교사 339명을 포함한 승객 476명을 태운 청해진 해운 소속 세월호 여객선이 짙은 안개를 뚫고 오후 9시 인천항을 출발했다.

 

추억을 만들기 위해 들뜬 마음으로 제주를 향하고 있었을 당시, 자신들이 대한민국의 역대 슬픔과 분노로 기억되고 있는 세월호 사건의 희생자가 될 것이라고 누구도 예측하지 못했을 것이다.

 

1995년 발생한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 생존자인 이선민씨가 말했다. “참사는 사람을 가려 오지 않는다. 이번에 ‘운 좋게 당신이 아니었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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