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수능 개편의 올바른 방향

권오현 서울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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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경기도교육청이 발표한 미래 대학입시 개혁 방안은 두 가지 점에서 주목받을 만하다. 그동안 대입 개편은 교육부 주도로 이뤄졌는데 지역 교육청이 까다로운 대입제도의 방향을 제안한 점이 참신해 보인다. 또 지금까지 입시제도 개편은 교육의 본질보다는 공정성 등 사회적 문제 해결을 중심에 두고 논의한 경우가 많았는데 개혁의 큰 지향점을 교육의 본질 회복에 둔 사실도 특히 눈길을 끈다.

 

이러한 경기도교육청의 대학입시 개혁 방향에 적극 동감하며 필자는 대학수학능력시험(이하 수능)에 대한 의견을 추가로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 수능의 역할과 시험의 성격이 무엇인지 냉정하게 살펴봐야 한다. 현재 수능의 확실한 존재 의미는 입시공학적 성격에서 찾을 수밖에 없다. 이런 경우 수능은 교육적 취지나 타당성보다는 교육수요자의 선호도와 효용성에 더욱 무게를 두게 된다. 따라서 향후 수능은 교육적 타당성을 강화하며 영향력을 높이기보다는 정시의 선발 도구로서 부분적 역할만 부여하는 개편이 더욱 합당하다.

 

둘째, 경기도교육청이 제안한 것처럼 전 과목 5단계 절대평가로 전환한 후 대학에 따라 절대평가 등급을 반영하거나 자격고사 수준에서 활용하는 방식이 바람직하다. 5단계로 평가하면 서열화와 과도한 경쟁을 완화하고 수능을 전국 단위로 학력을 비교하는 큰 틀의 자료로 활용할 수 있다. 그리고 수능 절대평가 도입은 정시에서 수능만 100% 활용하는 방식을 불가능하게 만들 것이다. 그러면 각 대학은 새로운 전형요소를 추가해야 하는데 이때 구술·논술고사 등의 시험보다는 교과성적을 정량적 혹은 정성적으로 반영하는 방안이 교육적 취지나 운영 효율성 면에서 더욱 효과적이다.

 

셋째, 수능에 서술형 문항이나 논술을 도입하는 변화는 창의적 사고력, 분석적 문제해결력 등 미래 사회가 요구하는 역량을 측정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하지만 서술·논술형 도입은 결과적으로 수능의 영향력을 확대할 가능성이 크며 이는 엄청난 사교육 바람으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 수능에서 서술·논술형 문항의 도입이 안정적으로 이뤄지고 수능이 자격고사로서의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학교교육에서부터 서술·논술형 평가에 대한 충분한 논의와 철저한 준비가 선행돼야 하겠다. 학교교육이 서술·논술형 평가를 단계적으로 확대해 감으로써 학생들에게 적응할 시간과 환경을 차근차근 조성해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번에 발표한 경기도교육청의 개혁 방안이 관내 학교들의 현장 상황과 의견을 잘 반영함으로써 대입의 방향성을 보텀업(bottom-up) 방식으로 논의하는 좋은 선례가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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