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가인 김병로, 그리고 법의 날<街人>

허행윤 지역사회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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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병에 가담했다. 독립운동가를 무료로 변론했다. 그렇게 치열하게 일제강점기를 보냈다. 광복 후 암 치료로 한쪽 다리를 잘랐다. 6·25전쟁이 터졌고 아내가 북한군에게 살해당했다.

 

대한민국 민법·형법틀을 마련했다. 구속 기간도 정했다. 법전의 한글화작업도 주도했다. 판사·검사가 나란히 앉았던 법정 배치를 지금처럼 검사와 변호사가 마주 보며 앉도록 조정했다.

 

본명 이외에 허물 없이 쓰기 위해 지은 호(號)인 ‘가인(街人)’에 휴머니즘이 담겼다. 거리에서 스스럼없이 민중을 만나 그들의 고통을 들어 보자는 취지였다. 서민을 향해 늘 환하게 웃었다. 어린이나 어르신 등을 우선 배려했다. 초대 대법원장을 지낸 법조인 김병로 얘기다.

 

뜬금없지만 법을 뜻하는 한자 ‘법(法)’은 물을 가리키는 ‘수(水)’와 ‘갈 거(去)’가 합쳐졌다. 파자(破字)하면 ‘물 흐르듯이 당연한’ 게 법이다. 근대사회에선 통치자가 부여하는 엄벌을 정당화하고 사회 질서를 유지하는 강압적인 도구로 인식됐다. 민주주의가 발전하면서 사회질서를 위한 보편적인 규칙이라는 인식으로 바뀌었다.

 

법과 관련된 지식과 학문은 반드시 배워야 유사시에 손해 보지 않고 살아 남을 수 있다. 만약 모르고 그랬든 고의로 그랬든 법에 있는 내용을 무시하면 범죄행위를 저지른 것으로 간주돼 처벌 등 불이익을 받을 수 있어서다. 사회 속에서 살아가려면 법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게 자신과 타인에게 이롭다. 물론 진짜 존재 자체를 몰랐다면 법의 무지에 의해 처벌받지 않을 수도 있다.

 

매년 4월25일은 법의 날이다. 법무부 주관으로 1964년부터 시행했으니 올해로 벌써 61회다. 법을 준수하는 마음을 일깨워 주고 법의 소중함을 일깨워 주기 위해 제정된 기념일이다.

 

김병로를 통해 들여다보면 법은 딱딱하지 않고 늠름하고 훈훈하다. 오늘 하루만큼은 그런 올곧음과 따뜻함이 충만한 법 구현을 생각해보자. 법과 김병로의 실루엣이 겹쳐지는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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