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 성학대' 감춘 美 추기경…교황 장례 주관 논란

로저 마호니 추기경. 연합뉴스
로저 마호니 추기경. 연합뉴스

 

과거 가톨릭 사제들이 저지른 아동 성학대를 은폐했다는 의혹을 받는 미국 추기경이 선종한 프란치스코 교황의 장례 의례에서 주요 역할을 맡아 논란이 일었다.

 

25일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미국 로스앤젤레스(LA) 대교구장 당시 아동 성학대에 은폐 의혹을 받는 로저 마호니(89) 추기경이 이날과 26일 교황의 관 봉인과 유해 안치 의식을 주관할 추기경 9명의 일원으로 결정되자 일부 아동 성학대 피해자 단체들이 반발하고 있다.

 

사제들에 의한 성 학대 사건 추적 단체 '비숍어카운터빌리티'(bishopaccountabiliy)의 수장을 맡았던 앤 배럿-도일은 "그가 프란치스코 교황을 위한 공개 의식에 참여하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며, 이렇게 되도록 허용한 추기경단 역시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고 분노했다.

 

성학대 피해자 모임 '사제 학대 생존자 네트워크'의 데이비드 클로헤시 전 대표 역시 마호니 추기경의 교황 장례 주관에 대해 “(성 학대 부실 대처에) 공모한 주교들에게 '그들이 동료들에 의해 여전히 보호받고 존경받을 것'이라는 신호를 보내는 셈”이라고 비판했다.

 

마호니 추기경은 LA 대교구 대주교 재임 당시 교구 사제들이 저지른 아동 성 학대를 은폐하고, 가해 사제들을 감싸는 등 성 학대에 부실 대처했다는 비판을 받고, 거듭 사과한 바 있다.

 

마호니 추기경에 대한 논란이 불거지자, LA 대교구는 책임을 물어 마호니 추기경의 공무를 전면 박탈하기도 했다.

 

한편, 마테오 브루니 교황청 대변인은 마호니 추기경이 프란치스코 교황의 장례 절차를 주관하게 된 배경에 대해 장례 미사에 참석한 사제급 추기경들 가운데 최연장자인 점을 고려한 결정이라고 밝혔다.

 

교황 관 봉인은 이날 바티칸 성베드로 대성당에서 진행된다. 또 26일 로마 산타 마리아 마조레 대성전으로의 유해 안치 의식을 주관할 추기경 9인에는 마호니 추기경 외에 조반니 바티스타 레 추기경단 단장, 교황청 궁무처장인 케빈 패렐 추기경, 교황청 국무원장 피에트로 파롤린 추기경 등이 포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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