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마다 아이들이 작품 앞에서 웃고 가는 걸 보면 저도 괜히 기분이 좋아집니다.”
수리산과 삼성산 일대를 관리하는 안양시 만안구청 녹지과의 유래환씨(67). 그는 단순히 산책로를 정비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지난 겨울 폭설로 산에 무더기로 쓰러진 나무들을 정리하던 중 우연히 ‘나무 조각’이라는 새로운 길을 발견했다. 버려질 뻔한 나무토막들을 활용해 사람의 형상을 만들고 산책로 옆에 세워 두자 아이들과 시민들이 환하게 웃었다.
그가 만든 조형물은 단순한 조각상이 아니다. 드럼을 치는 사람, 색소폰을 부는 사람, 기타를 연주하는 사람 등 다양한 음악가들의 형상을 담고 있다. 그는 “처음엔 그냥 예쁜 나무가 아까워 세워둔 건데 색소폰처럼 생긴 나무를 보다 보니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이렇게 하나둘 만들다 보니 음악하는 사람들로 주제가 정리됐다”고 밝혔다.
유씨는 40년 넘게 인테리어와 목공 일을 해온 경력이 있다. 과거 절에서 일하면서 불상이나 전통 조형물을 접한 경험도 조각을 구성하는 데 큰 영향을 줬다. 그는 “목공 일을 오래하다 보니 손에 익은 감각이 자연스럽게 나왔다”고 말했다.
작품 제작에는 별도의 공구나 재료 없이 현장에 있는 자투리 나무와 가지를 활용한다. 출근 후 이른 시간이나 민원 대응이 없는 시간 틈틈이 작업하며 지금까지 10여점을 완성했다. 일부는 공간 부족으로 해체됐지만 현재도 안양예술인센터 앞 인도에는 그가 만든 조형물이 시민을 반기고 있다.
특히 인상 깊은 점은 그의 작품을 본 안양예술인센터 한 직원이 조각을 영상으로 제작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리면서 지역사회 반응이 더 커졌다는 것이다. 영상 속 조각들은 생명을 얻은 듯 생동감 있게 표현됐고 이를 본 시민들은 “예술가 못지않은 솜씨”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아이들의 반응도 폭발적이다. 유씨는 “사진을 손주들에게 보내줬더니 너무 좋아하고 유치원 차량 타고 지나가던 아이들도 조형물을 보며 소리 지르더라”며 웃었다. 시민들이 “작가님이 만든 거냐”고 물어보는 일도 잦다.
하지만 그는 스스로를 예술가라 부르지 않는다. 유씨는 “일하러 산에 오는 사람이다. 작품도 일의 일부라고 생각한다”며 “조각을 보고 웃는 사람들 보면 저도 괜히 좋다. 앞으로도 기회가 된다면 몇 개 더 만들어볼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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