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붉은귀거북 유감

허행윤 지역사회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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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은 미국 남부 미시시피강이다. 그곳에서 살다가 태평양을 건넜다. 눈 뒷부분에 빨간색 줄이 선명해 ‘붉은귀거북’이란 이름이 붙여졌다.

 

국내에선 연못 또는 개울 등 흐름이 약한 곳에서 서식한다. 수명은 35~40년이고 크기는 20㎝ 정도다. 새끼일 때는 겁이 많지만 자랄수록 공격적으로 변한다. 암수 구별은 간단하다. 발톱과 뒷발톱 길이를 비교하면 수컷은 앞발톱의 길이가 2배 정도로 길다. 수컷의 꼬리는 암컷에 비해 굵다.

 

뭘 먹고 살까. 새끼일 때는 육식이다. 다 크면 초식 성향이 강해진다. 식성을 단정할 수 없을 정도로 복잡하다. 하지만 다 자란 후에도 식물성 먹이를 가장 많이 먹을 뿐 동물성 먹이를 전혀 안 먹는 건 아니다.

 

특히 새끼일 때는 도대체 못 먹는 게 뭔가 싶을 정도로 식욕이 왕성하다. 작은 물고기나 새우 등은 물론이다. 심지어 야채, 달팽이와 민달팽이, 지렁이, 개구리(특히 올챙이), 작은 도마뱀이나 뱀, 그리고 각종 곤충들까지 해치운다. 생태계를 어지럽히는 정도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안산시가 최근 화랑유원지 저수지에서 붉은귀거북 70여마리를 포획·퇴치(본보 28일자 10면)하는 등 생태계 보호에 나섰다.

 

그 상황을 좀 더 들여다보자. 환경부는 2001년 외래 생태계 교란 생물로 지정한 뒤 지속적인 퇴치가 필요한 대상으로 분류하고 있다. 한때는 애완용으로 인기를 끌었지만 일부 시민의 무분별한 방사로 개체수가 폭발적으로 늘었다. 이로 인해 토종 어류와 수생생물과의 서식지 경쟁 유발에 이어 생물 다양성 및 생태계 균형도 위협하고 있다.

 

천적도 거의 없다. 이 부분이 더욱 문제다. 3~4급수에서도 서식이 가능해 사실상 퇴치도 어렵다. 그래서 개체수는 꾸준히 늘고 있다.

 

토종 생태계가 위험한 곳이 화랑유원지 저수지뿐일까. 우리가 살고 있는 환경이 외래 생태계 교란 생물들에 의해 파괴된다면 미래는 없다. 자연은 후손들로부터 빌린 자산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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