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부천 공공의료원의 꿈, 시민이 시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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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복지위원회 안건 심의 장면. 부천시의회 제공

 

부천시의회에서 의미 있는 조례가 만들어졌다. ‘부천시 공공의료원 설립 및 운영 조례안’이다. 지역의 공공의료 사각지대를 해소하고 지역 보건 체계를 강화하는 데 목적이 있다. 무엇보다 의미 있는 것은 시민들이 시작했다는 점이다. 시민이 직접 청구했고 의회가 이를 받아들인 예다. 시민의 참정제도인 주민조례발안에 관한 법률에 기초하고 있다. 그만큼 공공의료 체계에 대한 시민의 뜻이 간절함을 보여주고 있다.

 

공공의료 체계 구축의 핵심은 공공의료원 설립이다. 시민의 생명을 지키는 기본적이고 직접적인 사회안전망이다. 하지만 현실에서 마주할 한계가 산적해 있다. 그 타산지석의 교훈이 성남의료원에 있다. 역시 시민·시민단체의 목소리가 출발이었다. 개원 5년이 지나도록 어려움을 겪고 있다. 500여개 병상 가운데 300개 정도 찬다. 하루 평균 입원 환자도 100명 선에 그친다. 누적 의료 손실만 2천400억원이다.

 

부천시의회도 잘 알 것이다. 조례 제정 과정에 신중에 신중을 기했다. 주민 청구가 의회에 수리된 것은 2024년 4월 말이다. 곧바로 심사하지 않고 공청회 및 토론회를 준비했다. 2024년 12월3일 공청회를 열어 의견을 수렴했다. 2025년 3월27일 토론회를 열어 찬반 의견도 들었다. 이런 절차를 거친 뒤 4월 29일 조례로 확정했다. 제대로 된 검토 과정을 거친 것으로 평가한다. 이런 태도는 향후에도 요구된다.

 

병원을 만들고 운영하는 일이다. 문 닫는 일반 병원도 허다하다. 실패할 가능성이 그만큼 크다. 의료 수요 측정, 감당 가능한 재정 예측, 우수 의료인 확보, 도비·국비 지원 방안을 종합적으로 봐야 한다. 여기에 선례로 삼을 지역 공공의료원은 거의 없다. 조례안이 정한 심의위원회가 있다. 그 역할을 할 창구다. 공공의료원 설립과 관련한 타당성 검토를 포함한 핵심적 역할을 담당하게 될 듯하다. 구성이 중요하다.

 

무엇보다 경계할 것은 ‘정치적 판단’이다. 특정 정파, 또는 정치인의 치적이 되면 안 된다. 성남의료원이 밟았던 잘못된 전철도 이 부분이다. 특정인의 정치적 셈법이 부실의 위험성을 가리고 서둘렀다. 마침 6·3 대통령선거에 공공병원 증대 공약이 등장했다. 공공병원을 늘리겠다는 민주당 후보의 약속이다. 지역 공공의료원 사업과 겹치는 부분이 있어 보인다. 향후 이 공약의 추이를 지켜보는 것도 중요하다.

 

치료비 부담 없는 병원을 지자체가 꾸려 가는 사업이다. 예산 부담 어려움이 있고 실패할 위험성도 있다. 그렇다고 시민 생명권을 언제까지 외면할 수는 없는 것 아닌가. 부천시민과 부천시의회의 시작이 그 본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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