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 타오르는 구석기: 이 축제에 가야 하는 이유"
고기 수령처에서 손에 쥐는 건 긴 나무꼬치 한 자루. 1미터가 넘는 이 장대 끝엔 연천산 돼지고기가 툭 걸려 나온다. 아이들은 장대를 어깨에 메고 “우가 우가”를 외친다.
그다음 미션은 구이터. 참나무 숯불이 피어오른다. 빈자리 전쟁이 벌어진다. 장작은 타오르고, 고기가 익는다. 노릇하게. 누가 가르쳐주지 않아도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구석기 방식을 습득한다.
구이터에서 들리는 대화는 대부분 이런 식이다. “이거 돌려야 돼?” “몰라, 걍 느낌이야.” 익은 고기 한 점을 입에 넣는 순간, 모두 조용해진다. ‘구웠다’가 아니라 ‘해냈다’는 얼굴로.
시간을 들여 얻어낸 한 조각의 불맛, 구석기의 맛이다.
전곡리안이 간다
가죽옷, 돌창, 그리고 구석기 시절의 숨결. 연천 구석기축제의 상징, ‘전곡리안’들이 다시 깨어났다.
축제장 입구에서 북을 울리며 나타난 이들은 “우가우가!” 외치며 흥을 끌어올린다. 땅을 구르고, 짐승 울음을 흉내 내며 아이들의 눈을 단번에 사로잡는다. “사진 같이 찍어도 돼요?” 묻는 아이 앞에서 전곡리안은 으르렁거리며 능청스럽게 포즈를 잡는다.
퍼레이드는 체험마당을 지나 푸드존과 바비큐존, 특설무대까지 이어진다. 정해진 무대는 없다. 전곡리안이 가는 길, 그 자체가 무대다.
“돌을 쳤을 뿐인데, 불이 붙었다”
체험마당 한복판에 사람들이 둥글게 모여 앉았다. “돌로 불을 낸다고요?” 아이의 질문에 아빠는 고개를 갸웃했지만, 이내 옆자리 외국인의 능숙한 손놀림에 눈이 동그래졌다. 불꽃은 그렇게 ‘돌과 돌’ 사이에서 피어올랐다.
연천 구석기축제의 핵심 중 하나인 '세계 구석기 체험마당’은 올해도 세계에서 날아온 선사문화 전문가들의 열정으로 활기를 띠었다.
프랑스, 일본, 러시아, 남아공 등 각국에서 온 이들은 석기를 깎고, 가죽을 꿰매고, 돌로 불을 붙이며 관람객들에게 수만 년 전의 일상을 되살려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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