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행윤 지역사회부 부장
치매 머니라는 용어가 있다. 고령의 치매 환자들이 보유한 동결 자산을 가리킨다.
나이가 들어 뜻하지 않게 치매에 걸리면서 이들이 모아 놓은 재산은 사회·법률적으로 제한받을 수밖에 없다. 현행 법률적인 체계에선 후견·신탁제도로 활용하는 통로도 있지만 쉽진 않다. 이들이 소비와 투자에 나서지 못해 돈이 돌지 못하고 경제 전체가 타격을 입을 수도 있어서다. 이러한 돈을 노리는 사기나 무단 사용 위험도 늘 수 있다.
국내 치매 머니가 154조원으로 국내총생산(GDP)의 6.4%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의 분석 결과다. 2023년 기준으로 65세 이상 치매환자가 보유한 자산이 그렇다. 2050년에는 GDP의 15.6%인 488조원을 넘어설 전망이라는 예측도 나왔다.
이 때문에 현행 법률상 후견제도와 가족신탁을 결합해 고령자가 건강할 때 재산 보존과 활용, 승계까지 미리 계획하는 문화가 정착되도록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구체적으로 가족신탁 가입자에게 보험료 중 일부에 대해 소득공제 혜택을 주는 등의 방안 등도 제시됐다.
다른 나라의 경우는 어떨까. 일본은 2022년 기준 치매 고령자가 보유한 자산액 총액이 2020년 252조엔(약2천400조원), 2030년 314조엔(약 3천조원), 2040년에는 345조엔(약 3천300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측됐다. 2040년 추정 전체 가계 자산의 12.1%에 해당하는 규모다.
이에 일본 증권사들은 투자자가 치매에 걸리면 기본적으로 거래를 정지하도록 하고 있다. 부모가 갑자기 치매 진단을 받으면 자녀 등 가족이 동행해도 예금을 인출하거나 금융상품을 해지할 수 없고 원칙적으로 법정 대리인인 후견인이 절차를 밟아야 한다. 우리와 비슷한 대목도 있고 다른 부분도 있다.
사회가 고령화되면서 해결해야 할 과제도 늘고 있다. 일본의 사례를 비교 연구해 우리 현실에도 접목해야 한다. 당국의 혜안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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