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김동연 제안 닷새만에 이재명 ‘분도는 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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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연 경기도지사(왼쪽),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 연합뉴스

 

사용된 표현이 매우 거칠다는 느낌을 준다. 의정부를 찾은 민주당 이재명 후보 연설이었다. 경기 분도론의 허상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경기 북부는 각종 규제로 인해 산업·경제 기반이 매우 취약한 상황이다. 분리한다고 해서 규제가 자동으로 완화되는 것도 아닌데, 마치 규제가 해제될 것처럼 말하는 것은 ‘사기’이자 ‘기만’이다”, “(경기도) 분리는 해결책이 아니라 환상”이라고도 했다. ‘사기’, ‘기만’, ‘환상’ 등 거친 표현을 언론이 주목했다.

 

경기지사 시절 북부 정책을 설명했다. SOC 예산을 남부보다 2배 가까이 투자했다고 했다. 경기도 산하기관을 북부와 동부로 이전한 점도 상기시켰다. 통근 버스를 반대해 직원들의 현지 정착을 유도했다는 것도 소개했다. “이 문제로 표 떨어질 수 있다는 것 안다. 하지만 당장 표를 의식해 바람직하지 않은 결정을 할 수는 없다”고 했다. 그는 경기지사 재임 시절 이후 소신을 바꾼 적 없다. 다만 이번에는 수위와 시기가 특별하게 들린다.

 

통상 선거 경쟁자는 다른 정당 후보자다. 이번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가 맞상대다. 그런데 경기도 분도라는 주제는 조금 다르다. 김 후보도 지사 재임 시절 이후 줄곧 분도를 반대해 왔다. ‘미래지향적이지 않은 포퓰리즘’(2014년 6월19일) 등의 관련 발언이 있다. 이번에도 수도권 공약으로 검토했지만 제외됐다. 적어도 이 문제에 관한 한 이 후보가 김 후보를 공격할 여지는 없지 싶다. 남는 대상은 경기북부특별자치도의 김동연 지사다.

 

역점 사업으로 2022년 취임 이후 끌고 왔다. 규제 해소 등을 제도화하는 구상이다. 자체 절차를 갖춰 정부에 올려놨다. 지난해 22대 총선에서는 경기도 공통 공약으로 주문했다. 민주당 대선 경선에서도 ‘북자도 공약’을 밀었다. 그리고 지난 16일, 이 후보의 공약 채택을 제안했다. 민주당 김승원 경기도당 위원장을 통한 공식 제안이었다. 그런데 이 후보의 공약에는 들어가지 않았다. 오히려 닷새 만에 이 후보의 거친 비판이 나온 것이다.

 

이번 대선에서 김 지사 역할은 ‘조화로운 경쟁자’였다. 경선에 순응했고, 결과에 승복했다. 그래서 읽힌 ‘김동연 정치’가 있다. 그중 하나가 도지사 연임설이다. 내년 선거에서 경기지사를 연임하고, 차기 대권을 도모한다는 관측이다. 지역 정가에서 비중 있게 돌았다. 이런 때 등장한 ‘이재명의 분도론 맹폭’이다. 이 후보의 정확한 메시지는 알 수 없다. 그러다 보니 정치적 해석만 구구하다. 대부분 김 지사에는 반갑지 않은 내용들이다.

 

왜 안 그렇겠나. ‘사기’, ‘기만’이라는 표현의 무게가 가볍지 않다. 유력한 차기 주자의 발언이어서 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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