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9년 창단한 경기교사합창단은 유·초·중·고 교사 50여명으로 구성된 단체다. 이들은 바쁜 일과 중 매주 화요일 저녁은 합창 연습을 위해 비워두고 진지하게 그러나 즐겁게 노래한다. 노래를 통해 얻은 새로운 에너지는 교사로서 살아갈 또다른 힘이 된다.
서로를 향한 노래
지난 15일 교육부 주최 제44회 스승의 날 기념식에서 경기교사합창단이 전국 선생님들을 대표해 무대에 올랐다. 서울 FKI 타워에서 열린 이날 행사는 유튜브로도 생중계됐는데 서영은의 ‘꿈을 꾼다’와 이문세의 ‘이 세상 살아가다 보면’ 등 경기교사합창단의 주요 레퍼토리를 선보였다. 이날 경기교사합창단원들은 청중과 제자들, 스승의 날 주인공인 동료 교사들에게 가사에 마음을 실어 보냈다. “혹시 너무 힘이 들면 잠시 쉬어가도 괜찮다”고, “이 세상 살아가다 보면 슬픔보단 기쁨이 많은 걸 알게 된다”고.
경기교사합창단은 1989년 중등 음악교사들로만 구성된 수원시음악교사협의회로 시작했다. 교사합창단과 교사오케스트라가 주축이 돼 매년 음악회를 개최했고, 몇 년 뒤 교사합창단만 남게 되면서 본격적으로 음악교사에서 다양한 교과목 교사로, 중등교사에서 유치원부터 고등교사까지 입단의 폭을 넓혔다. 2000년 ‘늘푸른교사합창단’으로 이름을 바꿔 활동을 하다가 2015년 지금의 ‘경기교사합창단’이 되어 자발적이고 자유로운 음악 커뮤니티로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경기교사합창단은 매년 정기연주회를 중심으로 크고 작은 무대에 선다. 지난 스승의 날 기념식처럼 특별한 기회가 주어지기도 하고 병원 자선음악회, 교내 행사 등에 초대되기도 한다.
1994년부터 32년째 합창단 활동을 하며 경기교사합창단의 산증인이기도 한 안영선 대외협력부장(안산초 교장)은 그동안 서 온 수많은 무대 중 수원여자고등학교부설 방송통신고등학교 축제에 찬조 출연했던 2008년의 기억을 손에 꼽았다.
“낮엔 일하고 밤엔 공부하는 50~60대 학생들의 축제였습니다. 축제가 열리는 수원여고 청포도체육관에 도착했더니 교사합창단을 맞아 선생님들 신으시라고 실내화 40켤레를 준비해 놓으셨더라고요. 본인들은 맨발로 있으면서 말이죠. 임용된 지 얼마 안 된 신규 교사, 연차가 쌓인 교사할 것 없이 모두들 감동했던 기억입니다.”
경기교사합창단원 매년 새학기가 시작되는 3월쯤 각 학교에 단원 모집 공문을 보낸다. 현직 교사에 한해서 입단이 가능하며 가입 이후엔 퇴임 후에도 활동이 가능하다. 그렇게 모집한 50여명의 단원들의 평균 연령은 40~50대, 대부분 평교사로 구성돼 있으며 임용 2년차부터 퇴임 교사까지 다양한 연차가 속해 있다.
‘교사’라는 공통점이 있지만 유·초·중·고 선생님들이 다같이 모여 교류하는 일은 흔치 않다.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 외에 처리해야 할 업무가 산적한 교사들이 매주 하루, 저녁 6시부터 2시간 남짓한 시간을 합창단 연습을 위해 비워두는 일은 더욱 쉽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원들 대부분은 이 시간을 소중히 여기고 되도록 빠지지 않으려 노력한다. 곽태훈 단장(수원 상촌중 교장)은 “합창단 활동이 교사로서 ‘그래도 잘살고 있다’는 표식이 되는 것 같다”고 말한다.
“살면서 해야하는 일을 잘하기 위한 동력도 필요한데, 우리 교사합창단원에게는 노래가 그 역할을 해주고 있습니다. 바쁜 일상 속에서 열정을 쏟을 수 있는 취미이자 활동이 있다는 게 삶의 큰 활력소가 됩니다. 유익한 ‘방과 후 활동’은 학생뿐 아니라 교사들에게도 절실하거든요.”(곽태훈)
내년 ‘대한민국교사합창제’ 개최…설렘반 걱정반
경기교사합창단에게 2026년은 큰 의미를 갖는 한해다. 30번째 정기연주회 준비와 더불어 9~10개 지역 교사합창단이 참여하는 ‘제18회 대한민국교사합창제’를 경기도에서 개최하게 돼 벌써부터 마음이 분주하다.
곽 단장은 “2006년 서울에서 시작해 매년 실시해온 대한민국교사합창제가 코로나 이후 2년 전 대전에서 재개했다”며 “매년 도시별로 돌아가며 진행하고 있는데, 올가을 부산에서 열리고 내년엔 경기도 차례라서 여러 가지 준비할 것이 많다”고 말했다.
경기교사합창단은 도교육청 등의 지원 없이 오로지 단원들의 열정과 자발성으로 자생하고 있는 단체다. 단원들이 낸 1년 치 회비로 한 해 예산을 꾸리고 그 안에서 정기연주회 공연장 비용부터 악보 제본, 포스터 제작 등 크고 작은 비용 처리를 부담한다. 공연 시 입는 의상도 단원들이 개별적으로 마련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이런 현실에도 단원들은 지원이 없는 것에 큰 아쉬움을 느끼지 않는다. 오히려 자발적으로 운영되고 있기 때문에 더욱 자유롭게, 그리고 끈끈하게 유지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하지만 타 지역 교사들을 초대하는 ‘대한민국교사합창제’를 앞둔 심정은 조금 남다르다.
“합창제를 치르기 위한 공연장 섭외와 홍보, 기타 부수적인 준비들은 정기연주회와 크게 다를 것 없지만 타 지역에서 오시는 손님 대접을 어떻게 해야할지 고민이 많습니다. 교육청이나 시의회, 도청 등 어디든 협조 요청을 해볼 생각입니다.”(곽태훈)
단원들은 예산 걱정도 크지만 무엇보다 타 지역 합창제에 갔을 때 그곳 교육감님이 방문해 교사들과 인사하고, 장학사 등이 합창제 운영을 뒷받침해주는 등 모두가 한마음으로 교사합창단을 응원해주는 그 분위기가 좋았다고 말한다.
“교사합창단이 우리들의 즐거운 취미이긴 하지만, 각 지역 교사합창단이 우리 지역에 방문에 한 무대에 서서 음악적 교류를 한다는 것은 굉장히 뜻깊은 시간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행사가 벌써 20회째 유지되고 있다는 것도 대단하고요. 부디 이 좋은 행사가 널리 알려져서 많은 분들이 찾아주시길 희망합니다.”(안영선)
3년 째 경기교사합창단 지휘를 맡고 있는 성악가 구성우(수원시립합창단 소속)씨는 “누가 시켜서 운영되는 합창단이 아닌데, 이렇게 꾸준하고 열심히 하시는 모습을 보며 합창의 묘미, 노래의 힘을 깨닫게 된다”고 말한다.
“저희 합창단은 클래식, 대중음악, 국악, 팝 등 장르를 가리지 않고 선곡합니다. 그렇지만 단원분들은 좋은 메시지가 담긴 가사와 그런 노래를 더 선호하시는 것 같아요. 노래하는 순간에도 제자들에게 힘이되는 말, 희망을 얘기하고 싶으신게 아닐까 생각합니다.”(구성우)
경기교사합창단은 앞으로도 지금처럼 꾸준히하고 즐겁게 활동 영역을 조금씩 넓혀갈 생각이다.
“코로나 이후 본격적으로 활동을 재개한 만큼 다시 레퍼토리와 실력을 쌓이면 경기교육가족을 위해 폭넓은 봉사 활동의 무대를 갖고자 합니다. 특히 경기북부권에 있는 학교나 지역민을 찾아가는 무대도 하고 싶고요. 의미있고 보람된 방과후활동을 이어가 보겠습니다.”(곽태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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